겁 없는 촉법소년들의 범죄 행태 현주소
겁 없는 촉법소년들의 범죄 행태 현주소

마약·절도·살인 예고를 일삼는 청소년 범죄

2023.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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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범죄 증가 원인과 현상황

애착손상에서 시작되는 소년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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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자의 처벌을 다룬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사진 뉴시스
소년범죄자의 처벌을 다룬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사진 뉴시스

한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곧 가정과 학교, 부모와 선생의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긴 시간 소년법정을 담당했던 천종호 판사는 소년범죄의 대표적 원인으로 '애착손상'을 꼽았습니다.

애착손상이란 위기 상황 또는 중요한 욕구가 있을 때 돌봄을 기대한 대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의미합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가정이 해체되는 가정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존재를 찾게 되기 마련이죠. 이때 부재한 보호자의 자리는 이미 위기 청소년이 된 선배나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차지하게 됩니다.

처지가 비슷한 가출 청소년끼리 모여 집단생활을 하는 걸 '가출팸'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마치 각자 본래의 가정이 해체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범죄 현장에 따라가고 작은 시비에 휘말려 위험한 일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리고 끝내 충동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범죄에 연루되어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이죠.

경찰학연구 제23권 제1호 '타인과의 애착변화와 비행경로의 관계' 내 107p ⓒ표 경찰학연구 제23권 제1호
경찰학연구 제23권 제1호 '타인과의 애착변화와 비행경로의 관계' 내 107p ⓒ표 경찰학연구 제23권 제1호

경찰학연구 제23권 제1호 '타인과의 애착변화와 비행경로의 관계'에 따르면 애착은 사회통제이론에서 인습적인 사회와의 유대가 범죄를 억제하는 주요한 기제라고 보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타인과의 애착변화와 비행경로의 관계' 내의 기술통계 표에 따르면 비행 친구와의 관계는 증감을 반복하지만 대체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착'의 중요성은 가출 청소년들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영화 <박화영> 에서도 등장합니다. 주인공 화영은 이름 대신 '엄마'라고 불리며 자신의 자취방을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내어줍니다. 그녀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결핍을 다른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엄마라 자처하며 채우려고 애씁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녀가 자신이 받지 못한 감정을 베풀며 존재를 증명하려는 과정"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수위, 범죄를 미화하는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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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청소년들이 벌인 자극적인 사건과 사고에 대한 기사들이 보도됩니다. 종이 신문보다 모바일 신문이 보급화된 요즘, 스마트폰 세대인 10대 역시 이러한 사실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촉법소년이라는 이름 아래에, 벌에 대한 처분을 엄중하게 받지 않는 현실도 함께 인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죄를 지어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그로 인해 무법자처럼 쉽게 범행을 일삼은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뉴스1
넷플릭스 '인간수업'. ©뉴스1

10대가 벌이는 범죄 행위가 자극적이고 화제성이 높기 때문일까요?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10대 주인공의 드라마가 OTT에 종종 올라오곤 합니다. OTT는 지상파와 달리 미성년자 관람 불가를 달고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을 비교적 쉽게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덕분에 청소년들의 성매매, 마약범죄 등을 다루기 수월합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온라인상의 성범죄를 관장하는 존재로 등장했던 '인간수업'과 10대들의 마약 범죄를 소재로 했던 '소년비행'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를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10대의 범죄 미화에 대한 지적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는데요.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OTT이기에 모방범죄로 이어지거나 범죄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급증한 10대의 강력범죄, 마약사범은 3배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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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살펴본 소년범죄 현황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2023년 1분기 Vol.26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 내 35p 분기별 소년범죄자 인원수 및 비율 ⓒ표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제공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2023년 1분기 Vol.26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 내 35p 분기별 소년범죄자 인원수 및 비율 ⓒ표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제공

검찰의 2023년 1분기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발생한 전체범죄 중 소년범죄자 수는 15,597명으로 2022년 1분기(12,988명) 대비 20.1% 증가하였습니다. 2022년 1분기에 발생한 전체범죄 중 소년범죄자 수가 2021년 1분기(10,938명) 대비 18.7%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폭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1분기 소년범죄자 수와 소년범죄자 비율은 전년 동분기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그 중 2023년 1분기 소년범죄자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죄유형은 12.8%로 강력범죄였는데요. 2023년 1분기 발생한 강력범죄 소년범죄자 수는 1,304명으로 2022년 1분기(1,031명) 대비 26.5%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10대 마약사범, 4년새 3배 급증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뉴시스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뉴시스

지난 몇 년간 마약사범이 특히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4년 전(143명)보다 3배 이상 증가한 481명이었습니다. 올해 4월 28일 공개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촉법소년 사건 중 마약류 관련 사건 처리 건수가 21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서울시 의원은 중학생 이하 연령대의 마약 관련 적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마약유통이 늘고 수급이 쉬워진 것이라며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SNS와 가상화폐, 다크웹 등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으며 과거에 비해 마약은 가격이 하락한 것도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피자, 치킨 정도의 가격대가 된 마약이 10대들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입니다.

이러한 마약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찰, 교육청, 학교 등 여러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마약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또한 청소년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교육과 홍보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마약사범 단속을 통해 마약 유통의 연결고리를 잘라내는 것이 급선무로 보여집니다.

심각한 10대 범죄,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이 정답?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엇갈린 찬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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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0월 2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News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0월 2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News1

여러 매체를 통해 10대 범죄자들의 범죄 행각이 비춰지는 요즘입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소년범죄자를 일컫는 '촉법소년'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소년원 송치 처분에 그쳐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곤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언급되어 왔지만 찬반으로 의견이 엇갈립니다. 법령에서 지정된 형사미성년자의 나이 기준 시점이 1953년인 점을 고려한다면 연령 기준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청소년들에 비해 현재 10대가 상당히 성숙하고 지능 수준, 교육 수준이 상승했기 때문인데요. 현시점의 10대들은 발전된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여러 정보에 접근성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여러 범죄에 노출되거나 연루되기 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할 경우 미성년 범죄자 양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 정상적 사회화 과정이 중단돼 재범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형법과 연계된 미성년자 범죄 관리 조치가 필요한 실정을 꼬집었습니다.

증가하는 소년범죄와 부족한 보호관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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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포털 법무부의 보호관찰관 현황. ⓒ표 공공데이터포털 제공
공공데이터포털 법무부의 보호관찰관 현황. ⓒ표 공공데이터포털 제공

2020년 기준 보호관찰관 1명에게 배당된 관리 대상의 소년범죄자 수가 125명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부족한 보호관찰 인력을 확대해 범죄 예방을 교육하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소년범죄자의 숫자에 비해 그들을 관리할 체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교화 진행에 어려움이 있고 이는 재범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부는 소년범죄가 증가세임에도 오히려 관리 인력이 감소했다는 지적에 따라 관리 인력을 늘린 바 있습니다. 그 결과 2022년 3월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대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이 하락했습니다.

2021년의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0.9% 포인트 떨어진 6.4%로 2007년(6.4%)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수치였습니다. 한편 보호관찰관 인력을 늘렸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세 배 수준의 소년범죄자를 담당해야 하기에 지속적인 인력 증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적절한 교화시설과 사후관리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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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학교 수업 장면. ⓒ파이낸셜뉴스
소년원 학교 수업 장면. ⓒ파이낸셜뉴스

소년범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이들을 위한 교정시설이 얼마나 갖춰져 있을까요? 일본에는 소년교도소가 7곳, 소년분류심사원이 52곳, 소년원이 52곳이나 있는 반면 한국에는 소년교도소와 심사원이 딱 1곳에 불과했습니다. 소년원 역시 10개로 교정시설이 현저히 적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교정 시스템을 손보지 않고 촉법소년 연령만 낮추는 것은 소년범죄자를 교화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년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교육과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교정 및 교화 시설 확충과 보호관찰관 인원 확대 추진이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라고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교화 기능을 강화하고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소년범죄자의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구금 대체 프로그램(CEP)에 참가한 이들의 재범률은 평균 15%로 미국 전체 소년범죄자 재범률(47%)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또한 이는 1인당 소요되는 교육 비용도 수감 비용의 절반으로 합리적이었습니다.

절도부터 살인 예고까지, 겁 없는 10대들

무인매장, 10대 절도범들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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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무인점포 출입문에 붙은 절도 어린이들의 신상. ⓒSBS 제공, 뉴스1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무인점포 출입문에 붙은 절도 어린이들의 신상. ⓒSBS 제공, 뉴스1

평소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인매장은 사장도 직원도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당장 붙잡아 죄를 물을 어른이 없기 때문일까요? 최근 무인매장을 상대로 한 10대들의 절도 행각이 대범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4일 서울 강북구 무인매장의 자동결제기계를 강제로 열어 현금 150만 원 가량을 훔쳐 달아난 중학생이 경찰에 검거되었습니다. CCTV 영상을 통해 가위를 이용하여 20초만에 결제기 현금보관함을 열고 현금다발을 가방에 챙겨 넣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은 8월 1일 광주에서도 10대 3명이 무인매장에서 현금을 훔치는 범죄 행각을 벌였습니다. 절단기를 이용해 키오스크 자물쇠를 단숨에 잘라내는 모습이 CCTV에 똑똑히 찍혀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한 명은 밖에서 망을 보고 두 명은 키오스크를 뜯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절도를 위해 도구를 이용했다는 점, 팀을 이뤄 체계적으로 범행을 계획해 옮겼다는 점에서 엄중한 법의 처벌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5일간 광주 광산구 일대 무인매장 5곳에서 350만 원을 탈취했습니다.

지난 주말 한 무인문구점 포켓몬 카드와 딱지 등이 포장이 뜯긴 채 바닥 위에 놓인 모습. ⓒ사진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파이낸셜뉴스
지난 주말 한 무인문구점 포켓몬 카드와 딱지 등이 포장이 뜯긴 채 바닥 위에 놓인 모습. ⓒ사진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파이낸셜뉴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무인매장 터는 법을 공유해 너도나도 하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스마트폰, SNS 등 발달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한 10대들 사이에서 모방범죄가 만연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미취학 아동이 무인매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갈등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7살 아이가 무인 문구점에서 20만 원어치 이상의 상품을 뜯고 가져가 문제가 된 것인데요. 매장 주인이 배상을 요구하자 "법대로 하라, 배상 판결 나오면 주겠다"라며 아이의 부모는 막무가내로 일관했습니다.

소년법에 따라 7살은 10세 미만으로 범법소년에 해당합니다. 촉법소년보다 어린 범법소년으로 분류되어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아직 어려서 법적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인데요. 잘못을 저지른 소년과 보호자를 훈계하는 방식으로 처분되는 게 전부입니다. 해당 나이대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임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말의 미안함을 찾아보기 힘든 부모의 태도가 또 다른 문제, 범죄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염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디지털 세대의 비윤리적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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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세대가 된 코딩 세대
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본관 4층 2학년 교무실이 잠겨있다. 대동고에서는 지난달 말 교내 재학생 A(17)군 등 2명이 2학년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렸다. ⓒ뉴시스
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본관 4층 2학년 교무실이 잠겨있다. 대동고에서는 지난달 말 교내 재학생 A(17)군 등 2명이 2학년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렸다. ⓒ뉴시스

요즘 10대들은 디지털 세대, 코딩 세대라고 불릴 만큼 인터넷 세상에 익숙합니다. 발달한 기술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본인의 이익을 얻는 데 이용하기도 하는데요. 지난해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의 PC에 악성코드를 심어 해킹하고 시험의 답안지를 유출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때 사용한 악성코드는 다크웹이나 불법 웹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범죄에 가담한 두 명의 재학생은 평소 우등생으로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해킹 범죄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술을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해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려지는 도박 중독, 위기의 10대들
온라인게임에서 도박 홍보하는 사진. ⓒ파이낸셜뉴스
온라인게임에서 도박 홍보하는 사진. ⓒ파이낸셜뉴스

청소년들 사이에서 온라인 도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시작한 게임이 수백만 원을 탕진하게 만드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온라인 불법 도박은 학생들끼리 사채를 쓰고, 이를 갚기 위해 절도, 성매매 등 2차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본래 청소년들에게는 집단성과 소속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미 친구들 대다수가 하고 있는 온라인 도박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겠죠. 성행하는 10대의 온라인 도박은 이런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시행한 2020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첫 인지 경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51.2%)', '친구나 선후배의 소개(19.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6월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0대의 도박 중독 진료 건수는 총 576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59.1% 급증한 수치였습니다. 경찰, 교육기관 등에서는 학생들의 온라인 도박 접근성을 차단하고 도박 중독 예방교육 실시, 빠른 치료 연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10대 피의자 증가
디지털상에서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인물 실루엣. ⓒ픽사베이 제공, 뉴시스
디지털상에서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인물 실루엣. ⓒ픽사베이 제공, 뉴시스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상당수가 10대 미성년자로 밝혀졌던 것 기억하시나요? 2022년 7월 27일 경찰이 발표한 사이버 성폭력 집중단속 중간 결과에 따르면 아동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에 가담해 검거된 피의자 중 54.5%가 10대 청소년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만큼이나 가해자가 늘어난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는데요. 경찰은 특히 허위영상물(합성 및 편집한 성폭력 영상물) 범죄에 가담한 경우가 10대에서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 상당수가 10대인 점을 지적하며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학생과 학부모 대상 범죄예방 홍보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0대들이 사이 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범죄에 빠져드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10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지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 관계자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교육 교재에 디지털 성범죄 관련 내용을 반영함과 동시에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교재 개편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살인 예고와 살인 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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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번화가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협박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2023년 8월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번화가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협박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2023년 8월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일어난 무차별적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살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익숙한 출근길이, 평화롭던 일상의 안전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는데요. 무작위로 벌어진 칼부림 소동은 많은 이들을 공포에 몰아 넣기 충분했습니다.

이상동기 범죄 이후 살인을 예고하는 글들이 온라인상에 반복적으로 퍼지며 시민들을 불안에 빠뜨렸습니다. 흉악범죄를 예고하는 글을 쓴 게시자 대부분이 10대 고등학생인 것으로 밝혀져 더 충격이었습니다. 8월 14일 기준 전국에 살인예고 글을 게시해 검거된 피의자 149명 중 71명(47.7%)이 10대로 집계되었습니다. 10대 중 촉법소년이 다수 포함되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금 거세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대부분의 10대가 살인 예고 글 작성에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장난삼아 올리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경찰은 10대를 중심으로 살인 예고 글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혐의를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살인 범죄자 범행 시 정신장애 비율 ⓒ그래픽 파이낸셜뉴스
살인 범죄자 범행 시 정신장애 비율 ⓒ그래픽 파이낸셜뉴스

이외에도 자신에게 잔소리를 한다고, 하고 싶은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보호자를 흉기로 찌르는 10대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순간의 분노와 충동적인 폭력성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흉기 소지와 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 지속적인 관찰로 2차 피해를 줄여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청소년이 일으키는 살인 범죄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10월 3일 태국 방콕의 한 쇼핑몰에서 14살 청소년이 총기를 난사해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총격으로 인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대부분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용의자는 정신질환을 앓아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19년 창원에서 조현병을 진단받은 10대가 이웃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동안 살인 범죄 범행 시 정신 장애가 있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력성을 표출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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