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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시장 선도하는 기업들, 정부도 뒷받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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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공식 선언했다. 이달 중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3·4분기엔 본격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 HBM 물량까지 완판됐다고도 밝혔다. 한때 실적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기업의 화려한 비상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 1위 기업이다. 지난 1·4분기 기준 SK의 HBM 시장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삼성은 강력한 추격자로 점유율이 30%대 후반인 것으로 추정된다. HBM은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리는 고난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획기적인 처리속도와 저전력으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불가결한 부품이다. HBM 시장 성장세는 기록적이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AI 성능 향상에 사활을 걸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비중은 지난해 전체 메모리 시장의 5%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2028년이면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HBM은 D램보다 4배나 비싸고, 수익성은 5~10배가량 뛰어나다. 이런 시장을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뿌듯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SK하이닉스의 독보적 지위는 선제적인 과감한 투자 덕분이었다. SK가 충북 청주에 20조원을 투자해 신규 팹을 짓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은 시장지배력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미국 인디애나주에도 39억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건립한다. 이를 통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된 HBM 물량을 적기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시장 공략이 한발 늦었지만 추격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삼성은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물가 안잡혔는데 대규모 내수진작은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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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간 5.25~5.50%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3차례 정도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도 힘을 잃고 있다. 연준의 금리동결은 자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데 따른 조치다. 다른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고물가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다. 연준의 금리동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나라 시장 내에서도 지속적인 금리인하 요구가 거세지만, 물가가 높아 동결 기조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면 한국은행도 현행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 고금리를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내수진작을 위한 조기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금리인하는 우리 물가지표를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현재 각종 경제지표가 양호한 미국도 고물가 위험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은 미국과 다르지 않다. 물가안정에 확신이 서야 긴축완화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일 무리한 내수부양책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낸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우리나라 1·4분기 경제는 수출의 약진과 내수부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수출이 늘어 투자와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누적된 정책금리 인상이 내수 활성화를 짓누르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지만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거나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여건에서 대규모 내수부양 정책은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KDI는 제언했다. 내수부진은 고금리의 결과인 만큼 내수부양책이 금리완화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내수부양책이 되레 내수를 꺼뜨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