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화학물질 규제, 하루빨리 개혁에 나설 때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7 18:43

수정 2023.08.28 09:06

[특별기고]화학물질 규제, 하루빨리 개혁에 나설 때
"규제개혁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어려운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호소하는 이야기다. 기업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많은 규제들은 그 필요성과 목적이 분명하게 존재하겠지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과도한 규제들이 곳곳에 존재함을 중소기업인들은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은 이행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표 규제로 거론되어 왔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화평법, 화관법을 시행했다. 화학물질 유해성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유독물질로 지정된 물질이 1100여종으로 증가하면서 유독물질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현 제도의 실효성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소량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조차 전문인력을 확보해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기검사를 매년 수행해야 한다. 유해성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에 개정되는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먼저 화평법상 신규 화학물질 등록기준이 기존 0.1t 이상에서 1t 이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보다 엄격한 국내 기준으로 인해 중소사업장에서는 제출자료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들고, 2~6개월의 처리기간이 소요됐다. 화관법의 경우에는 현행 획일적 관리기준에서 벗어나 유해화학물질을 인체급성유해성·인체만성유해성·생태유해성 등 3가지로 구분해 관리 수준을 차등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추진된다. 그간 중소기업들은 영업허가를 받기 위한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 작성, 설치검사 그리고 허가 이후에도 매년 실시되는 정기검사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함을 호소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업신고제 도입, 정기검사 주기 차등화와 같은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추진 중인 화평·화관법 개정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환영의 입장을 표하면서도 조속한 법 개정을 바라고 있다. 규제개선이 하루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법 개정 이후 하위법령 및 고시 마련 단계에서도 입법 취지가 잘 반영되도록 세부적인 내용이 마련돼야 한다. 기존 화학물질은 취급량에 따라 2030년까지 등록이 유예돼 있어 중소기업의 등록 부담은 갈수록 늘게 된다. 기업의 등록비용을 더 절감하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중소기업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해 환경과 국민 보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는 제2차 화학물질 평가 등에 관한 기본계획의 이행 성과를 되돌아보고 제3차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
우리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화학물질 규제를 합리적으로 보완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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