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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의료비용과 의료체계 개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19:15

수정 2024.04.22 19:15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건강성과 그리고 우수한 인력 확보를 달성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GDP 대비 9.7%)은 실손보험 등의 원인으로 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GDP 대비 9.2%)을 상회하기 시작해 지속가능성 우려를 낳고 있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도입되었을 때 보험료는 월 3%가량이었으나 지금은 7%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계속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이가 계속되면 오는 2032년 법적 상한선인 8%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노인이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사망 전 6개월 동안 지출하는 의료비는 그 노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사망 전 6개월까지 평생 지출한 의료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건강보험통계를 보면 노인인구 비율은 17%인데 노인진료비 비율은 46%를 차지한다.
또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에 대해 의료기관은 가격과 수량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동안 비급여진료비는 급여 확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보장성을 강화해도 그때뿐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장률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비급여 관리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한 보험급여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종별 기능의 불명료성,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하에서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즉 최대한 상급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되었다. 현재 환자는 수요 개념의 자율적 선택권(외형과 평판에 기반한)이 보장되지만 선택에 따른 최상의 건강결과는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이용량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의사 방문횟수가 15.7회로, OECD 평균 7.5회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다른 나라는 의료이용량이 유지 또는 감소 추세이나 우리나라는 계속 늘고 있다. 접근성은 높은 데 반해 결과적으로 환자 스스로 중증도에 맞는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하기보다는 방임적 선택에 따른 의료이용으로 일차의료의 질이 낮게 나타나는 등 건강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지급제도가 문제다. 건강보험, 의료급여, 장기요양보험의 급여비 지급방식은 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마치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이 모든 의료행위와 의약품, 치료 재료마다 가격표가 있고 진단과 검사·시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의료기관의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따라서 과잉진료가 일상화되고 진료비에 대한 총체적 관리수단이 없다. OECD 국가 중에서 이렇게 지급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의료기관이 아무리 진료를 많이 해도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진료비 총액은 미리 정해져 있다. 따라서 굳이 과잉진료를 하려 하지 않고 병상 수와 의약품 사용량을 최대한 줄여 투입원가를 낮추려는 유인을 활용한다.

이용체계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상종, 상종 외 2단계로 되어 있는 의료이용 단계를 의료기관 진료기능과 거주지역 등을 반영, 개편해 환자의 중증도 기반 의료이용 경로를 재정립해야 한다. 필요도 기반 본인부담 차등제를 확대해야 한다. 과다, 부적정, 경증, 비필수 의료이용 시 본인부담을 인상하고 정해진 횟수 및 일수 초과 시에도 본인부담을 인상해야 한다.
경증질환으로 상종 및 응급실 이용 시 확실하게 본인부담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의료이용 및 의료비에 대한 개인별 정보제공을 통해 의료내역을 관리하고 의료비 인식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공급자 보상체계도 개편해 필요한 곳에 집중·선별 인상하는 고가치·필수 집중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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