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재산 51억 기부..'충북대 어머니' 마지막길에 자식 103명 모였다 [따뜻했슈]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3 08:44

수정 2024.01.23 08:44

'충북대 어머니' 고 신언임 여사. 뉴시스
'충북대 어머니' 고 신언임 여사.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노점상으로 평생 모은 전 재산 51억여원을 충북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한 고 신언임 여사의 영결식이 지난 22일 오전 충북대 대학본부 대강의실에서 거행됐다.

이날 오전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유족, 교직원, 졸업·재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영결식에는 고창섭 총장과 배득렬 교수회장, 신언임 장학생 모임 대표, 재학생 대표 등의 추모사와 헌화가 이어졌다.

고 총장은 “여사가 1993년부터 25년간 쾌척한 재산으로 100여명이 장학금을 받고, 여사를 어머니라 부르며 모시고 있다”며 “여사께 다시 한번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1993년 2기 장학생에 선발된 함영규 검찰 사무관은 “어머니는 안 먹고, 안 쓰시면서도 자식같은 학생에게는 모든 것을 베풀고 떠나셨다”며 “명절과 생신, 어버이날엔 장학생들과 함께 꼭 안부 인사를 드렸다. 냉장고 안에서 아껴뒀던 음식을 꺼내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22일 충북대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신언임 여사 영결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절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충북대 제공, 뉴시스
22일 충북대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신언임 여사 영결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절하고 있다. 사진=충북대 제공, 뉴시스

자식도 없이 평생을 홀로 살아온 신 여사가 기부를 통해 충북대와 연을 맺은 건 1993년이다. 당시 신 여사는 청주시 남문로에 있는 30억원 상당의 한 건물을 기탁했다. 충북대는 이 건물을 팔아 장학기금 33억원을 마련했다.

신 여사는 이어 충북대 개교 60주년이던 2011년 9월엔 현금 10억3000만원을 기탁했다. 2018년 12월엔 남은 재산인 청주 북문로 소재 8억 상당 건물을 기증했다.

그가 충북대에 전달한 돈만 모두 51억3000만원에 달한다. 신 여사가 충북대와 별다른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배우지 못하고 고달팠던 삶과 자식 없는 설움 때문에 기부를 시작했다고만 알려져 있다.

충북대 관계자는 “고향을 대표하는 대학이어서 우리 대학을 찾으신 것 같다. 우리 대학 학생들을 늘 자식처럼 생각하셨다”고 했다.

충북대는 고인의 이름을 딴 ‘신언임 장학금’ ‘신언임 충효 장학금’ ‘신언임 로스쿨 장학금’을 설립해 연간 10명에게 5000여 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총 103명이다. 신 여사는 충북대에서 행정대학원 여성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고, 명예 행정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2015년 신축한 충북대 평생교육원 강당을 ‘신언임홀’로 명명했다.

신 여사는 “죽어서도 수많은 자식이 공부하는 충북대와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대로 이날 캠퍼스 내 교육 독지가 선영에 안장됐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