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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물가로 싸늘한 체감경기, 살얼음판 걷는 경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5 18:59

수정 2024.05.05 18:59

1분기 생산·투자·소비 동반 하락
되살아난 '수출호기' 동력 삼아야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이날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고 발표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0.6%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이날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고 발표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0.6%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7개월 연속 증가한 수출과 1·4분기 국내총생산(GDP) 1.3% 깜짝성장 지표와 달리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생산·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탓이다.
통계청 등의 집계로는 올 1·4분기에 제조업 생산, 소매판매액,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2.6%)를 크게 올릴 정도의 양호한 경제지표와 금리·물가·환율 '3고(高)'의 현실이 괴리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1·4분기 생산지수(계절조정)가 109.5로 전분기보다 0.5% 줄었다.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제조업 생산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정점이던 2022년 4·4분기에 -4.9%로 하락한 이후 등락을 하면서도 플러스를 이어갔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다시 꺾였다. 이와 밀접한 설비투자도 같은 기간 1.2% 감소했다. 기계류, 운송장비 투자도 각각 0.4%, 3.7% 줄었다.

이뿐 아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종합판 격인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이 3월 기준 2.1%나 줄었다. 2020년 2월(-3.2%) 이후 4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얼마나 팔리는지 등의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실물경제 지표인 제조업 생산자 제품출하지수는 전분기보다 3.0% 줄었다.

감소 폭이 2022년 4·4분기 이후 가장 크다. 생산자 제품재고지수는 1.2% 늘어 증가세로, 소매판매액지수는 0.2% 줄어 하락세로 각각 전환했다. 승용차 등과 같은 내구재 판매지수는 전분기보다 2.2% 감소했다. 재고와 판매가 엇방향인데, 제품이 생산된 만큼 시장에서 덜 팔리고 재고가 더 쌓이고 있는 소비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지표들이 우상향, 우하향하며 엇갈리는 모습은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초입의 경계선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이다. 수출 기저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에 경기가 꺾이는 '상고하저' 전망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일 "통화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분명한 점은 침체 상태인 내수경제를 수출이 상쇄, 견인하고 있는 점이다. 내수가 1·4분기 GDP에 기여한 정도가 전년 대비 -0.4%p인 점에서 확인된다. 반면 OECD가 성장률 전망치를 세계경제 성장폭(0.2%p)의 2배로 높여 잡은 것은 반도체·자동차 수출의 상승세 덕분이다.

과거 경제성장의 단맛에 취해 제대로 된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 대가가 침체에 빠진 지금의 우리 경제다. 역대 최저금리가 지속됐던 코로나 위기 때는 구조개혁을 미룬 채 재정에 의존한 내수부양으로 당시 되살아난 수출과 동반성장을 이뤄냈다며 자화자찬했다. 결국 나랏빚이 역대 최대인 1126조원에 이르렀고, 물가는 더 뛰었다. 정책 운신의 폭을 좁혀버린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했다. 이번 수출 호기를 경기회복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이를 동력으로 '경제의 물줄기'를 넓혀나가야 한다.
2024년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연금·규제 개혁 등 굵직한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호기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부실기업 구조조정,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지원 등의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경제당국과 정치권이 더 과감하게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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