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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찰관들이 순찰차 놔두고 걸어다니는 이유

안가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3 08:55

수정 2024.05.03 14:52

/사진=MBC 보도 화면 캡처
/사진=MBC 보도 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 "'어느 부서는 이만큼 걸었고' 실시간으로 순위화되기 때문에 걸을 수밖에 없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부분입니다."

2일 M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제주 경찰관들이 근무시간에 도로변이나 백사장 곳곳을 걸어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걸음수 따라 기부금 쌓는 행사 참여했지만...

걸음 수에 따라 기부금이 쌓이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인데, 내부 사정은 훈훈하지 많은 않았다.

최근 제주경찰청은 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석 달간 하루에 6000보씩을 걸으면 범죄피해자들에게 5000만원을 후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한 달 전부터 제주도 곳곳에는 걸어다니는 경찰관들이 부쩍 늘었다.

"성과에 반영한다니" 피곤한 경찰들.. 근무시간에 러닝머신까지

문제는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 상당수 경찰관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들이 걷기 실적을 인사 고과에 반영, 경찰관들에게 휴대폰에 걸음 수가 측정되는 앱을 깔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MBC에 "'성과평가에 반영을 한다' 너무 어이가 없고 협박으로밖에 안 들리고 지금 21세기에 이럴 수가 있나.."라고 토로했다.

특히 행사 앱에 경찰관 개인별, 경찰서별 걸음수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경찰서 간 경쟁도 더해졌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근무시간에 러닝머신을 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경찰청은 "걷다가 절도범을 잡는 등 우수사례가 나오면 승진과 평가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감점은 없고 가산점을 주겠다는 거라 강요는 절대 안했다는 것.

하지만 경찰관들은 강요받아온 건 구체적인 '걸음 수'였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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