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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희의 스토리 수첩] 숫자, 510억과 제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8 18:08

수정 2024.04.28 18:08

온실가스 年 510억t 배출
우리가 달성할 목표는 '0'
일상에서 작은 실천부터
이가희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이가희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4월, 꽃들의 잔치가 끝났다. 봄꽃은 물론이고 여름에 피는 꽃들도 피기 시작했다. 아직 4월이 지난 건 아닌데 흔히 여름꽃으로 알려진 이팝나무꽃, 장미꽃이 폈다. 어느 순간 꽃들은 더 이상 계절의 순서에 따라 피지 않는다. 이 꽃들이 피고 지니 이제 다가올 것은 더위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더위가 아니라 찜통더위라 두렵다.
심지어 밤이 되어도 열기가 식지 않아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던 지난해 여름이 자꾸 떠오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시베리아 동토(凍土)가 녹아 물이 지면으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뉴스는 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중부 쿨라와 서부 해안 라하이나 지역 등에서 시작된 불길은 섬 전체를 태우며 나무뿌리까지 태워 죽였다던 뉴스를 기억할 것이다.

한편 이런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자꾸 일어난다. 이탈리아인들은 유럽을 수주 동안 덮친 4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지내야 했다. 많은 사망자도 나왔다. 가뭄은 계속되고 비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가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폭우로 변해 버리기 일쑤다. 급기야 지구촌 여기저기서 홍수가 발생해 국가와 지역 마을의 삶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돼 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빌게이츠는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기후 재앙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책을 통해 두 개의 숫자를 강조했다.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숫자로 '하나는 510억이고 다른 하나는 제로(0)이다.' 510억이라는 숫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우리는 매년 대기 중으로 51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까.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0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다. 지구온난화를 멈추고 기후변화로 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류는 아직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또한 기후변화가 폭염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바다가 더워지면서 폭풍 발생 빈도가 증가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기후변화가 폭풍의 강도를 증가시키고 강한 폭풍의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분명하다.

올여름 더위는 작년보다 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7월 하순부터 열리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에어컨을 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확하게 어느 부분까지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뜨거운 올림픽이 될 것 같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도 지구 온도를 낮추려고 동참하니 고무적이다. 그러나 지구 온도를 낮추는 실천을 나 스스로 개인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먹을 만큼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 '일회용 물병이 사라지는 데 600년이 걸린다!' 이것 하나만이라도 머릿속에 기억하면 좋겠다. 또한 상다리 휘어지게 반찬을 올리는 것이 왕의 밥상이니, 부의 상징이니 하는 시대는 갔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먹거나 넘쳐서 해가 된 것이 많다.

작년 여름에는 기록적인 더위가 있었지만, 지구온난화로 매년 더워질 것을 고려하면 2023년 여름은 2024년 여름보다 시원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2024년은 2025년 여름보다 시원했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더 지독한 무더위를 대비하려면 이제는 각자의 일상에서 작은 실천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증진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와 기업은 지속가능한 농법과 친환경 소재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노력한다면 지구온난화는 늦출 수 있다.
우리는 숫자, 510억과 제로를 다시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먼 미래에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 모두의 현재다.

이가희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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