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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검수완박’ 2년, OECD도 우려하는 범죄대응력 약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4 19:42

수정 2024.04.24 19:42

실사단 한국 파견 부패 대응 점검
검찰 무력화로 사기 등 범죄 활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3년간 직접 기소한 사건이 3건에 그칠 정도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공수처 명판. 사진=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3년간 직접 기소한 사건이 3건에 그칠 정도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공수처 명판. 사진=뉴시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반부패기구 뇌물방지작업반(WGB)이 한국에 실사단을 파견키로 했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이후 한국의 부패대응 능력이 어떤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OECD WGB는 매 분기 회의를 하는데,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한국에 실사단 파견을 결정했다고 한다.

WGB는 OECD 뇌물방지협약 가입국의 이행평가 등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다.
실사단은 오는 6월 이전 한국에서 검찰과 경찰의 부패수사 현황을 점검하고 사법체계에 대해 제언한다. 이번 실사는 WGB가 한국 사법시스템에 대해 "반부패 대응 약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터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정례적 평가와 다른 의미가 있다.

WGB는 2022년 한국의 검수완박 법률 개정 통과, 헌법소원 제기 시점에 "반부패, 해외 뇌물범죄 수사 지연 등 대응 역량이 약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개정 법률은 검찰의 국제 뇌물범죄 수사 및 기소 역량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해왔다는 점에서다.

검수완박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게 이달 말이면 만 2년이다. 2022년 4월 문재인 정부 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검찰은 경제·부패 범죄로 수사권한이 제한됐고, 경찰 수사지휘권도 잃었다. 이렇게 70여년 지속된 사법체계를 뒤바꾼 법 개정이었으나, 후속조치는 부실했다.

검찰은 사건을 인지, 개입할 수 없어 대응능력이 떨어졌다. 경찰 수사는 부하가 걸리거나 지연되기 일쑤다. 게다가 경찰 조서상 피의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형사소송법 개정은 피의자가 증거를 무력화하는 악용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3년간 직접 기소한 사건이 4건에 그칠 정도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수완박 시행 이후 우리 사회는 권력형 부패, 뇌물, 마약, 조직적 사기 등 중대범죄의 수사·처벌이 취약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모성준 대전고법 판사는 '빨대 사회'라는 책에서 "범죄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졌고 수사기관과 법원은 제대로 된 수사·재판을 할 수 없도록 했다"면서 사기범죄 조직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비판한다.

거대 야권은 차기 22대 국회에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검찰청의 기소청 전환 등 더 높은 수위의 사법통제를 벼르고 있다. 검찰의 권력남용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옳다. 그러나 정치적 계산으로 검찰의 부패 대응력을 무력화해선 안 된다.
권력형 부패 탈세, 뇌물, 마약, 사기 수법은 지능화되고 있다. 수사·재판 사법시스템의 부실은 그물망에 구멍이 뚫린 것과 같이 형태만 갖췄을 뿐 쓸모가 없는 꼴이다.
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 대부분 경제선진국이 권력형 부패·비리를 막기 위해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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