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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초유의 진료 셧다운, '버티면 이긴다'는 오기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4 19:42

수정 2024.04.24 19:42

서울대 의대 교수 30일 진료 중단
의료 개혁에 여야 없이 힘 모아야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왼쪽)과 배우경 언론대응팀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수 증원과 관련한 논문 공모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왼쪽)과 배우경 언론대응팀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수 증원과 관련한 논문 공모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는 30일 초유의 진료 셧다운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30일 하루 동안 진료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며, 향후 주기적인 추가 진료중단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전날에는 매주 1회 진료 셧다운을 결의했다.

응급·중증 입원환자를 제외한 일반환자의 개별진료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대응방식은 협상을 관철하기 위해 회사를 압박하는 강성노조 행태를 연상케 한다.
의료공백을 수습하고 정부와 함께 길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 많은 이들은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서울대 비대위는 의대정원 규모도 자신들이 정하겠다며 정부에 증원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비대위 주체로 의사 수 추계를 과학적이고 객관적 방법으로 검증하겠다며 비대위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할 때까지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기존 원점 재검토 요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인데 이런 오만과 불통을 국민들이 계속 용납할 것이라고 보는가.

과학적 추계를 위해 연구 출판 논문을 공모하겠다는 발표도 난데없다. 의대정원이 19년째 동결됐고, 증원 필요성이 줄곧 제기될 땐 손놓고 있다가 증원이 현실화되자 이제서야 논문 공모 운운하는 것은 진정성도 없고 단지 시간끌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이 달린 급박한 시간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셧다운을 선언하면서 천천히 과학적인 숫자를 연구해보겠다는 구상에 누가 공감하겠나.

진료 셧다운이 전국 병원 곳곳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이미 서울아산병원이 다음달 3일 전면 휴진을 선언했고, 다른 서울 '빅5' 병원들도 주1회 휴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역에선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원광대병원 등에서 주1회 진료중단을 밝힌 상태다. 앞서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는 병원 상황에 맞춰 다음주 중 하루 휴진키로 결정했다. 세부일정을 논의하겠다는 병원이 전국에서 20곳이나 된다.

동시다발의 셧다운이 부를 환자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는 반토막이 났고, 수술이 취소된 암환자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병원과 의사를 못 찾아 길에서 목숨을 잃는 사연이 지금 계속 나온다. 서울대 의대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 환자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사 존재 이유가 환자를 돌보는 것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방 위원장 말대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료붕괴는 5월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은 실질적인 사직 실행까지 언급하고 있다. 대학별 의대정원 자율조정으로 정부가 정책을 바꾸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장은 이렇듯 변한 게 없다. 버티면 결국 정부가 무릎 꿇을 것이라는 과거 경험을 지금도 믿고 있는 것인가.

기득권에 밀려 수십년간 정체된 의료시스템을 대수술하는 것이 의료개혁이다. 번번이 실패했던 개혁이 또 좌초된다면 이제는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길어질 의료공백에 만반의 대비를 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의료개혁이 국가적 과제인 만큼 정치권도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에서 해법을 논의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의료계는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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