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손성진 칼럼

[손성진의 직평직설] 따뜻한 보수의 소환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4 19:37

수정 2024.04.24 19:37

선거 후 與 자중지란 심화
오만과 독선을 경계하고
빈곤층 안아야 다음 보장
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논설실장
선거 후 여당의 자중지란은 더욱 심란하다. 패배의 근원은 오만과 독선인데 애써 비켜간다. 네 탓이라는 책임회피와 내 말대로 하지 않았다는 자기 부각에만 골몰한다. 겸양과 참회를 모르고선 다음에도 국민의 마음을 얻긴 글렀다.

유권자는 강고하면서도 연약한 집단이다. 일편단심과 조변석개가 뒤섞인 존재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이 없기도 하고, 민들레 홑씨처럼 미풍에도 흩어진다. 바닥심리도 모르고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이 오판이었다. 야당은 경험이 풍부하고 노회하다. 막말과 실책이 있어도 뒤처리가 능숙하다. 여당은 판단 미스에다 기술 부족으로 졌다.

유권자 심리 연구는 학술적이고 참고용이다. 개인이 속한 계급이나 경제적 상황 등의 사회경제적 배경(콜롬비아 학파)이나 정당일체감, 이념 등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요인(미시간 학파) 등이다. 어느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고 복합적이다. 게다가 유권자는 정의롭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정의는 선택 기준에서 서너번째에 불과했다.

역으로 공정과 정의에 집착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기준이 없는 뒤죽박죽의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불행히도 이미 정의 상실의 시대가 됐다. 바른 말도 싫으면 귀를 막고, 틀린 말도 좋으면 박수를 친다.

좌와 우, 동과 서 그리고 부와 빈. 포인트는 분리다. 나와 너로 쪼개는 분리전술. 야당, 좌파의 책략이다. '나'가 하나라도 많으면 '너'를 다스리는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맹점. 기를 쓰고 쪼개어 내 편을 불리는 데 목숨을 건다.

여당, 우파는 어리석게도 전술과 책략에 걸려들었다. 내가 정의로운데 뭐가 문제냐며 분노를 거리낌 없이 유발한다. 보기 좋게 미끼를 덥썩 문다. 물론 정의롭지도 않다. 바로 그 오만과 독선으로 막 내 편이 된 자들을 걷어차 몰아냈다. 그렇다면 요체는 분노유발적 행위의 중단, 오만과 독선에 대한 경계령이다.

그다음의 전략은 야당과는 다른 역공이다. 분리가 아닌 나와 너를 우리로 만들겠다는 통합. 여당이 주목해서 볼 부분이 있다. 중산층의 하류층 이탈이다. 야당의 분리전략 앞에서 빈자의 수적인 우세는 전략수정을 여당에 요구한다.

우리 통계청의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50~150%다. 이 비중이 지난 10년간 늘어났다고 통계상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4인 가족 중위소득은 540만964원이므로 270만482~810만1446원을 버는 가구가 중산층이라는 말이다. 270만~400만원을 버는 가구가 중산층이라고 스스로 인식할 리 없다.

일종의 통계오류에 정부나 국민이 속고 있다. 선진국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70~200%다. 민간 통계는 중산층이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류층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아령구조' 사회는 선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층민 증가는 좌파 지지자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부자와 빈자 갈라치기에 좌파가 몰두하는 이유가 납득된다. 소득 외에 빈부를 가르는 요소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값을 결과적으로 앙등시킨 정권이 좌파였음을 상기하면 이유는 자명해진다. 그보다 좋은 호재가 없는 것이다. 속으론 희희낙락했을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큰 악재다. 차이가 더 벌어지면 다음도 필패다.

대응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갈라치기와 반대로 합치기로 나가면 된다. 결론은 '낮은 데로 임하소서'다. 빈자를 도외시하지도 않았으나 더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줘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도 보수에겐 설상가상의 난관이다. 노인이 되면 빈곤해지고 상당수가 등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보수'라는 말이 한때 잘 먹혔다. 좋은 말이다. 계속 쓰는 게 좋다. 지금 보수 정파는 왠지 차갑게 느껴진다.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강한 포옹이라야 다음엔 승리할 수 있다.
시늉이 아니라 정책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이겨야 뜻대로 정치를 펼 수 있지 않겠는가.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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