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도양 해상요충지 몰디브, 중국에 기울다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15:17

수정 2024.04.22 15:17

친중세력, 지난해 11월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까지 압승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서 한 여성 유권자가 21일(현지시간) 투표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서 한 여성 유권자가 21일(현지시간) 투표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인도양의 해상 요충지인 몰디브가 중국을 선택했다. 총선에서 친중 세력의 압승으로 동서 대륙을 잇는 해상의 주요 교통로이자 전략 거점 지역이 중국에 기울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신화통신과 BBC 등은 몰디브 선거관리위원회 중간 집계 결과를 인용해, 여당인 몰디브국민회의(PNC)가 93개 지역구 가운데 66석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PNC는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선도 넘어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총선에서는 8석밖에 얻지 못했던 것에 비해 놀라운 약진을 거뒀다. 반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친인도계 제1야당 몰디브민주당(MDP)은 가까스로 1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참패했다. 공식 선거 결과 발표에는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 몰디브의 친중 정책 속도 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친인도계를 밀어내고 당선된 친중파 모하메드 무이주 대통령의 본격적인 친중 외교 정책이 속도를 내게 됐다. 무이주 대통령의 이미 친중 행보를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인도 우선주의' 정책 폐기를 내세운 그는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더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무이주 정부, 중국과 군사협력 등 관계 격상 및 협력 강화

지난 1월 당선 직후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인도를 찾던 몰디브 역대 대통령들의 관행을 깼다. 당시 무이주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등 다양한 분야의 협정을 맺었다.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관계 구축 행동 계획 및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대한 합의를 비롯해, 재해 관리, 경제 기술, 디지털 경제 및 녹색 개발, 인프라 및 민생 분야 관련 양자 협력 문서 등에 서명했다. 경제적 전략적으로 전방위적인 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몰디브 정부는 지난 3월 5일 중국과 군사 지원 관련 협정도 체결했다. 몰디브에 대한 중국의 '무상 군사 지원' 등을 규정한 것으로 두 나라는 이를 통해 군사적 유대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전통적 우방국'으로서 몰디브 영토에 주둔하고 있던 인도군 수비대의 철수도 요청했다. 인도군 89명 전원이 오는 5월 10일까지 단계적으로 완전히 떠난다. 뉴델리 당국의 입김을 줄이겠다는 무이주 대통령의 생각이다.

전통적으로 인도의 영향력 속에 있던 몰디브는 고질적인 정치 불안정 속에서 2010년대 부터 정치세력들이 커가는 중국세력을 등에 업고 미국 및 인도 양대 세력 사이에서 생존 싸움을 벌이면서 친중, 반중의 정치구도로 확연하게 나눠졌다.

전통적인 우방이던 인도와 몰디브는 2013년 집권한 압둘라 야민 당시 대통령이 민주화에 대한 미국, 인도 등에 압박에 반발하며 친중국 정책을 펼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해상과 육상의 실크로드)에 편승한 야민 대통령은 중국 차관으로 공항에서 수도에 이르는 2㎞ 길이의 교량 등을 건설하고,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대중 관계를 강화했다.

일대일로 차관과 각종 경협 통해 더 영향력 넓히는 중국

이런 과정에서 인구 52만의 몰디브는 중국에 최소 15억 달러(2조 697억원) 이상의 빚을 진 것으로 추산된다. 몰디브 전체 채무의 80%가량으로 몰디브 연간 국내총생산의 25%에 달한다. 관광업이 주 산업인 몰디브에 코로나 19 이전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30만명 넘게 몰려와, 전체 관광객의 30%를 차지하는 등 몰디브 경제의 큰 버팀목이 돼 주었다.

이런 가운데 몰디브가 중국에 차관에 대한 이자 등을 갚지 못하자 중국은 몰디브의 섬과 항구 운영권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인도와 미국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중국의 군함 등이 수시로 정박할 수 있는 데다가 중국의 통제권 아래 있는 이들 항구들이 언제든지 군항으로 변신할 수 있는 탓이다.

현정권에 비판적인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중국이 야민 정권 아래에서 "16개 이상의 섬을 이미 사들였다"면서 "채무상환이 시작되고 제때 갚지 못하면 중국은 섬과 인프라 운영회사의 주식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몰디브 자체를 탈취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각 섬의 항만을 정비하면 "군항화하기는 쉽다"면서 "몰디브의 섬들이 "순식간에 중국의 전략 인프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로와 교량, 공항정비 등을 포함해 15억~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말했다.
1192개의 섬으로 구성된 몰디브는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500㎞ 남서쪽에 위치해 인도양의 주요 요충지로 꼽히는 전략적인 지역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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