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디데이 이후의 삶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7 20:00

수정 2024.04.07 20:00

서지윤 정치부
서지윤 정치부
서지윤 정치부
디데이(D-Day)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제22대 총선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본다. 정치부 기자들은 수능을 두려워하면서도 기다리는 수험생들처럼 4월 10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후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이루고 싶은 일들을 목청 높여 외친다. 한쪽에선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선 범죄자를 심판하겠다고 한다.


유권자들은 어떨까. 기자가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치인들이 우리들의 답답한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답답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선거다.

물론 투표는 중요하다. 잘 몰랐다면 벼락치기도 좋다. 정당 대표 공약을 살펴보고 후보자 공보물이라도 열어보면 된다. 완강한 의견도, 차악의 선택도, 심지어는 무효표도 소중한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투표장에 가는 일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총선 이후의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삶에 와닿는 정치는 선거 이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과도 같아서 막판에는 극단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100일 전만 해도 여야는 정책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 유권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건 '개같은 정치' '2찍' 같은 막말인 이유다.

모두가 총선을 디데이로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끝이자 시작이다. 감시하고 제안하자. 그것이 지금 정치인들이 외치는 심판론 이상의 정치를 만들어내는 길이다. 내가 찍은 후보가 약속한 일들을 해내고 있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치인들은 정신 차리고 일한다. 틀린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오답노트를 만들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일상 속 정치도 중요하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1찍'이니, '2찍'이니 서로를 진심으로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선택이든 이유는 있기 마련이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인들도 총선 이후 '전쟁 모드'는 중단하고 국민의 삶을 고민하기를 바란다. 후보들 입장에서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 보자면 지금은 일단 이겨야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으니 격한 논쟁이 오갈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을 쥐게 되면 변명의 여지는 없다. 증오 대신 비전에 기반한 정치를 해야 한다.


특히 사표가 된 국민들의 의견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양극화된 정치환경 속 이러한 태도는 더욱 필요하다.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지 않은가. 제22대 국회는 고성과 야유가 아닌 건강한 비판과 협치로 가득했으면 한다.

stan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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