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올라도 너무 오른 日숙박비, '신주쿠 1박 10만원' 이제 없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7 15:19

수정 2024.04.07 15:19

일본 호텔 객실 요금 26개월 연속 고공행진
2월 평균 요금 1만8915엔, 전년동기대비 25.5% 올라
1만엔 이하였던 신주쿠 비즈니스호텔 요금도 껑충
내국인들 "머물 수 없는 도시가 됐다" 하소연
숙박비 급증으로 인한 기업, 공무원 출장비 현실화 추진도
퇴근 시각을 맞은 도쿄 신주쿠 번화가 일대 전경. 사진=김경민 특파원
퇴근 시각을 맞은 도쿄 신주쿠 번화가 일대 전경. 사진=김경민 특파원

【도쿄=김경민 특파원】 코로나19 엔데믹과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인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일본 호텔 객실 요금이 고공행진 중이다. 3년 전만 해도 1만엔(약 8만9200원)에 묵을 수 있었던 도쿄 신주쿠의 비즈니스 호텔들의 가격도 껑충 올라 일본인들 사이에선 신주쿠는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도시가 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일본 관광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가 끊이질 않고 일손 부족이 여전한 가운데 당분간 호텔의 객실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저 뒷면엔...4년새 숙박비 35% 비싸진 日

7일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STR'에 따르면 일본 내 호텔의 2월 평균 객실 단가는 1만8915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25.5% 상승했다. 객실 단가는 26개월 연속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2월과 비교하면 35.3% 웃도는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저가 진행돼 미국, 유럽, 호주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의 장기 체류가 증가하고 있다"며 "청소비용 증가, 본격적인 관광 시즌 등의 영향으로 호텔 단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역별로는 도쿄, 오사카, 교토, 홋카이도 등이 주요 지역의 객실 단가가 크게 올랐다. 이들 지역의 평균 객실 가동률은 1년 전보다 2.9%p 상승한 75.0%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최성수기인 12월에는 객실 단가가 2만668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2월 방일객은 278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89.0% 늘었다. 2019년 2월 대비로도 7.1% 증가했다.

내국인 수요도 견조해 향후 객실 단가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2월 일본인 숙박자 수는 3670만명으로 4.2% 늘었다.

관광 업계의 일손 부족이 고질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텔의 프런트 담당, 청소직 등 종업원 전반의 임금 상승은 객실 단가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각종 어메니티 비용 증가도 객실 단가를 올리는 요인이다.

일본 호텔 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 대비 전체 호텔 운영 비용은 대략 25% 상승했다"며 "특히 청소비는 3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애초에 글로벌 호텔 체인의 요금 시스템이 달러화 기준이기 때문에 엔저 때 더 비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신바시 미노루 CCC 마케팅 종합연구소 소장은 "외국계 고급 호텔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일본의 요금이 싸 보이지 않게 달러 베이스로 가격을 정하고 있다"면서 "달러 요금을 엔화로 다시 설정하면서 객실 단가가 크게 뛰고, 일본의 톱 라인 호텔의 가격 줄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타워 야경. 뉴스1
도쿄타워 야경. 뉴스1

그럼 저가 호텔로 가면 될까

호텔 숙박료 급등의 물결은 비즈니스 호텔에도 밀려 들었다.

비즈니스 호텔이 즐비한 신주쿠는 요즘 숙박료가 급등하며 1만엔 이하의 객실을 찾기 힘들다. 외국인의 인기가 많은 가부키초는 예약이 밀려 과밀 상태라는 게 호텔 업계의 전언이다.

숙박 예약사이트 '자란'에서 1인 1박 1실의 조건으로 신주쿠 호텔을 검색하면, 대기업 체인의 호텔은 모두 1만엔을 넘기고 있다. 아파 호텔 신주쿠 가부키초추오는 1만4600엔부터, 호텔리브맥스 신주쿠 가부키초는 1만3600엔부터, 비교적 고가인 호텔 그레이스리 신주쿠는 2만6120엔부터다.

중저 가격대 호텔들의 지난해 객실 단가 증가율을 도시별로 보면 가장 높았던 곳은 도쿄로 2022년 대비 62% 올랐고, 오사카는 44%, 후쿠오카는 41%씩 각각 급등했다.

비즈니스 호텔인 슈퍼호텔의 한 간부는 "지난해 인건비, 조식 식자재 등 비용이 10% 상승해 옛날 만큼 가격을 내릴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호텔 측도 비용 절감으로 최대한 단가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 체인 호텔의 한 간부는 "주말에 100실이 팔리더라도 굳이 다음날은 청소하지 않고, 평일에 70실만 손님을 받는 등 청소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폭발적인 인바운드 수요가 일본의 객실 단가를 더욱 끌어 올릴 것이란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신바시 소장은 "도쿄 내 비즈니스 호텔 요금은 1만5000엔까지는 오를 것"이라면서 "2만엔을 넘으면 고객들은 호텔의 이름값을 따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정작 도쿄를 방문하는 일본 내국인들은 숙박비 증가로 외곽의 허름한 숙박 시설을 찾는다든가 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객실 단가 인상은 일본 기업의 출장 비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년 넘게 1만엔 이하로 고정된 출장 숙박비를 지급하던 일본 기업들이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불만에 대응하고 있는 것.

액세서리 업체 '소라'는 이달 기존 1박 9000엔에서 1만2000엔으로 출장 숙박비를 올렸다.
구인업체 '리브센스'도 1월부터 출장 시 숙박비를 1만엔에서 1만3000엔으로 인상했다.

2월에는 일본 정부가 공무원의 출장 시 숙박료에 대해 정하는 여비법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했다.
정부는 엔화 약세나 숙박비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액 지급에서 실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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