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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中 포위망 강화...필리핀에 日 병력 파병 가능성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6:30

수정 2024.04.04 16:30

필리핀 대사 "日 자위대 병력 필리핀 파병 논의" 이달 美에서 日, 필리핀 정상 모여 3국 회담 진행 中 포위망 구축 목적, 美日은 군사 장비도 함께 만들기로 '정상국가' 꿈꾸는 日과 中 견제 노리는 美 이해 관계 맞아
지난 2021년 8월 27일 미국령 괌 인근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선(오른쪽 첫번째)과 인도 및 호주 해군 함정이 연합 훈련을 위해 나란히 항해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021년 8월 27일 미국령 괌 인근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선(오른쪽 첫번째)과 인도 및 호주 해군 함정이 연합 훈련을 위해 나란히 항해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이 필리핀에 자위대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중인 필리핀에 힘을 실어주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미국의 역할을 나눠받는 조치로 추정된다.

일본 자위대, 필리핀 파병 가능성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미국 주재 필리핀 대사는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일본과 필리핀의 '상호접근협정(RAA)' 서명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RAA는 공동 군사 훈련시 상호 군대의 입국과 무기 반입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협정이다.
일본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호주와 RAA를 발효했으며 같은해 1월에는 영국과 RAA를 체결했다. RAA에 의하면 일본은 상대방 국가에 병력을 보내 합동 훈련을 할 수 있으며, 파병된 병력은 영구 주둔이 아닌 기간제 순환 주둔 형태로 협정국에 머무를 수 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RAA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로무알데스는 RAA에 대해 "우리가 이미 논의했던 내용이며 양자 협력의 일환으로 다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는 오는 10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열고 11일 미 의회에서 합동 연설에 나선다. 일본 총리가 미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다. 바이든은 12일 미 워싱턴DC에서 기시다 및 마르코스와 함께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로무알데스는 필리핀이 "일본과 관계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것(RAA)도 분명히 그 안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3국 회담 이후 곧 RAA 논의가 마무리된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평화헌법 9조로 군대 보유 및 교전권을 포기했지만 방어를 명분으로 자위대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일본은 유엔 및 국제 사회의 요청이 있을 때 일부 병력을 파병했다. 일본 자위대는 1990년 걸프전이나 캄보디아 평화 유지군 활동, 아프가니스탄 대(對)테러 전쟁 등에 참여했으며 일본 국회는 파병이 필요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안보 법안을 개정하면서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받으면 이에 반격할 수 있는 '집단 자위권'을 도입했다. 동시에 국제 평화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특별법 없이 국회의 동의만 있으면 자위대 파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해 12월 17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中 견제 급한 美, 日 군사 협력 강화
일본의 파병 확대는 '전쟁 가능한 정상 국가'를 꿈꾸는 기시다 정부와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라는 과업을 동맹과 분담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가능했다. 기시다 정부는 지난 2022년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공격을 받을 경우 적의 미사일 거점을 향해 반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전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임기 내내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바이든은 일본이 적극적으로 안보 및 군사 능력을 확장할 의지를 보이자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협력을 강화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1일 보도에서 미일 정상들이 10일 공동 성명에서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미일 안전보장조약 5조에 포함하는 내용을 조율중이라과 주장했다. 해당 조문은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규정하는 조문이다.

또한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부장관은 3일 워싱턴DC의 신미국안보센터(CNAS) 대담에 참석해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필수적인 군사·국방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잠재적으로 공동 생산하기 위해 더 협력하는 것을 처음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치들"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이 RAA를 체결한 호주와 체결이 가까운 필리핀 모두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미국의 동맹들이다. 특히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서 중국과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필리핀을 지원하는 바이든 정부는 해당 분쟁이 미중 갈등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은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문제의 암초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언급하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 로무알데스는 미국과 일본,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3국 해군의 공동 순찰 합의에 접근했으며, 순찰 빈도와 장소 등 세부 항목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필리핀이 군사정보 공유 협정 체결에도 매우 근접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아니면 그 직후에 협정을 체결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AP뉴시스
지난해 1월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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