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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美·유럽 인플레에 중앙은행들 막판 고전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05:00

수정 2024.04.02 11:19

물가 하락세 멈추거나 재반등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도 떨어져
투자자들 지나치게 경제 전망 낙관해 우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래피얼의 한 식료품점에서 손님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래피얼의 한 식료품점에서 손님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예상 밖으로 끈질기게 이어지면서 중앙은행들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2년 9~10%까지 치솟았던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고 공급망 문제 개선과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정상으로 회복됐으나 물가와의 전쟁 마지막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다.

떨어졌던 물가 다시 반등

투자은행 JP모건은 선진국들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지난해 하반기 3%로 떨어졌다가 3.5%까지 반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가 2%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물가가 또 다시 반등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은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지난해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끌어내리기 마지막 단계가 앞으로 험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는 좀 더 물가를 지켜보고 단행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횟수와 상관없이 단행 그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경제과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연준이 연내 3회를 내릴 것이라고 확인한 것만으로도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일으켰다.

최근 미국 물가는 연준이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가 2월에 2.5%로 전월 보다 0.1%p 올랐으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면 3.5%로 더 높은 등 상황은 밝지만은 않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는 최근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다시 더 인상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9일 물가 목표인 2%로 가는 길이 험난하며 견고한 미국 경제 성장률로 인해 연준은 더 상황을 지켜보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ECB 통화정책 위원회 소속인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도 “지난 2월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물가가 1999~2019년 평균 보다 2%p 높다며 "금리를 너무 일찍 또는 큰폭으로 내리는 것은 물가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공개한 통계에서 1970년대 이후 발생한 대형 인플레이션 충격 10개 중 4개가 5년이 넘어서야 해소된 사실도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연준이 물가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지난 2년간 11회에 걸쳐 금리를 0%에서 5.25~5.5%로 인상했는데도 경제가 잘 버텨왔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은 지난 1·4분기(1~3월) 미국 경제가 2.3%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상무부는 2월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비 5%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예상 밖의 소비로 인해 금리를 서둘러서 내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 모두 고용과 임금상승률도 좋으며 특히 유로존은 지난해 11월 이후 임금이 4%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중앙은행이 문제의 주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가을부터 금리 인하 전망을 꺼내면서 소비를 부추기게 하는 등 최근의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 중앙은행들이 자초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유로존의 이민자 증가가 임금 상승을 억제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나 다만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다시 끌어올릴 소지가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중국이 부동산 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제조활동과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수출제품 가격이 최근 상승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미루는 것은 정부와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나 물가를 목표로 더 강하게 밀어 부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연구에서 정부들의 방위비와 청정에너지 지출이 늘고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무역 부진은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수년간 높은 물가를 묵인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 공동 저자 중 한명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중앙은행의 독립 강화와 신뢰받을 수 있는 공동 부채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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