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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피의자 출국한 마당에…'채상병 사건 수사' 공염불 우려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1 18:27

수정 2024.03.11 18:27

이종섭 전 장관, 駐호주 대사로
"수사절차 적극 협조" 밝혔지만
외교일정 우선 탓 차질 불가피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결국 출국하면서 사건을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면 없는 추가 혹은 보강 수사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전날 오후 7시 45분쯤 인천공항에서 호주 브리즈번행 항공편을 타고 출국했다. 취재진과 출국 저지를 위해 모인 민주당 의원들이 인천공항에 대기 중이었지만, 끝내 이 전 장관과 만나진 못했다.

이 전 장관이 국외로 떠나며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규명에도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전 장관은 이번 의혹의 '윗선'으로 꼽히는데, 직접 수사가 어려워질 공산이 사실상 크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는 "출국금지 해제는 통상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수사가 완결될 때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에 있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진욱 전 공수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규명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좋지 않겠냐"며 "임기 내 최대한 끝내고 가는 것이 저희의 도리인 것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작전에 채 상병은 안전 장비도 없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의 책임자 수사 과정에서 이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은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사무실 및 자택,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사무실 등에 이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당시 공수처는 피의자로 입건된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그러나 이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후 이튿날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되어 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이 이르면 다음 달 예정인 재외공관장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잠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고 출국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때 신임장 수여식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장관이 잠시 귀국한다고 해도 외교 일정을 고려할 경우 회의만 참석한 후 다시 출국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대사는 신임장 원본 없이도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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