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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간병인 도입 안하면 한국경제, 20년 뒤 77조원 손해 본다”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5 09:30

수정 2024.03.05 09:30

월평균 간병비 370만원·육아 도우미 260만원
비용부담 커지는데 고령화로 수요는 급증세
가족 간병 늘면 경제적 손실 2024년 ‘77조원’
“임금 낮출 수 있는 방식으로 외국인 고용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외국인 노동자를 돌봄서비스 인력에 적극 활용하지 않을 경우 20년 뒤 경제적 손실이 최대 77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간병비가 월평균 370만원에 달하는 등 비용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고령화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수요를 국내 노동자로 충족하기 힘든 만큼 외국인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적용해 인력공백을 채우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분석된다.

■2042년 돌봄서비스 노동공급 부족 규모 ‘155만명’
돌봄서비스직 노동수급 전망. 한국은행 제공.
돌봄서비스직 노동수급 전망. 한국은행 제공.
5일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서비스직 빈 일자리가 한 달 이내에 채워질 확률은 팬데믹 이전 80% 이상에서 최근 50% 이하로 낮아지는 등 노동공급이 정체된 가운데 노동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최근 인력난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또 급속한 고령화로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 △2032년 38~71만명 △2042년 61~155만명으로 크게 확대돼 최악의 경우 2042년에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이 수요의 약 3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일자리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경우 비용부담은 급속도로 커진다. 지난해 간병비와 가사도우미료는 지난 2016년에 비해 각각 50%, 3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요양병원 등에서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필요한 비용도 월 370만원으로 고령가구(65세 이상)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에 육박하고 자녀 가구(40~50대) 중위소득 대비로도 60%를 상회한다. 육아 도우미 비용(264만원)도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상회한다.

문제는 간병비 부담에 가족 간병이 늘어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이다. 가족 간병규모가 △2022년 89만명 △2032년 151~192만명 △2042년 212~355만명까지 증가함에 따라 초래되는 경제적 손실은 최저임금만 적용하더라도 2022년 11조원에서 2042년 27~45조로 증가한다. 연령별 평균임금 적용 시에는 같은 기간 중 19조원에서 46~77조로 증가한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 팀장은 “돌봄서비스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인간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자리”라며 “요양을 원하는 노인들이 돌봄서비스가 아닌 가족에게 의존하게 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환산해보면 2022년 0.9%에서 2042년 2.1~3.6%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해답은 ‘외국인 노동자’...“개별 가구 직접 계약·고용허가제 확대”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과 고용. 한국은행 제공.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과 고용. 한국은행 제공.
보고서는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국내 노동자로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도 없고 내국인 종사자를 늘려도 비용부담이 늘어나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공급 확대에 앞서 외국인 돌봄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논의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금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할 경우, 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아 일부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만 외국인을 고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고용이 실질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내국인에 비해 충분히 낮아져야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실제 1973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홍콩의 경우 1990년까지는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이 여성 임금의 50% 수준에 달하여 그 수가 7만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상대임금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우선 개별 가구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사적 계약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돼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요양시설에서 근무할 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활용되기 어렵고 공동숙소의 운영 방식에 따라 해당 외국인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해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오 팀장은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방식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지만 세금을 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재정에 크게 의존한 일본의 경우 최근 적자 폭이 커졌다”면서 “국제 협약, 국내 근로기준법 여건 하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인 높은 첫 번째 방법은 최저임금 제도를 이제 우회할 수 있는 사적 외국인 계약 체결 방식”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 서비스업을 포함하고,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동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도 제시됐다.
재가요양과 시설요양에 모두 외국인력이 활용될 수 있고 관리·감독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작다. 지난해 서울시가 관련 경력·지식, 언어능력 등의 조건을 충족한 100여명의 외국인을 비전문 취업비자(E-9)를 통해 가사근로자로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도입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이 첨예해 사회적 합의 부분이 걸림돌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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