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벼랑 끝 전술에는 '해피엔딩'이 없다[테헤란로]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14:26

수정 2024.02.28 16:58

[파이낸셜뉴스]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인기다. 누구나 아는 결론을 스포일러 하자면 고려는 거란과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했다. 거란군은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해 살아 돌아간 이가 수천에 불과했다. 한국사 3대 대첩 중 하나인 강감찬의 '귀주대첩'이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고려 후손인 우리 입장에서 귀주대첩은 '해피엔딩'이다. 26년 동안 이어진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패배한 거란은 물론이고 승리한 고려마저도 해피엔딩은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그런 모습이 곳곳에서 표현된다. 흥화진을 지켰던 양규는 거란군이 철수하자 소수의 병력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공격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공격에 나선 이유는 전쟁 전리품으로 전락한 고려의 백성을 하나라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수만의 고려 백성이 거란에 끌려가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다가 수만리 떨어진 타국에서 죽게 될 것이 뻔했다. 승리에도 고려의 전국토는 황폐해졌다. 궁궐이나 집 등 건물이 불타면서 사회기반시설이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 이를 복구하는데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다.

'강대강 전면전'의 대표 사례인 전쟁은 항상 이런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어느 한쪽이 승리는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된다. 특히 전쟁 전리품이 돼 거란으로 끌려간 고려 백성처럼 고통은 약자에게 집중된다.

이런 역사 교훈을 현재 강대강으로 대치 중인 의료파업에 비춰 볼 필요가 있다.

필수 의료 부족사태 등을 고심한 정부는 고심 끝에 의사 증원 방침을 발표했다.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났다. 정부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잡을 순 없다며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료인들의 반발은 더 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사들은 다음달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2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궐기 대회까지 예고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가장 큰 손해는 시민들이 본다.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들의 불안감이 가장 크다. 전공의 비중이 30% 가까이 되는 '빅5' 병원은 급하게 수술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했다.
이런 벼랑 끝 전술은 더 큰 피해와 희생이 불가피하다.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는 전 사회적 공감대에 의사들이 저항하는 것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잡기보다 다른 방안과 전략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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