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해외 근무, 고수익 보장"에 주검으로 돌아온 20대 청년[사건인사이드]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8 09:57

수정 2024.01.18 09:57

그래픽=이준석기자
그래픽=이준석기자
[파이낸셜뉴스] "해외 근무를 하며 고수익을 보장."
달콤한 제안에 속아 청춘의 꿈을 안고 태국에 넘어간 프로그래머 임모씨(사망 당시 25세)는 출국 2개월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른바 '파타야 살인사건'으로 임씨가 살해당한 지 9년이 지났다.

파타야의 비극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력조직원 김모씨(40)는 그해 3월부터 태국 방콕에서 도박사이트를 여러 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도박사이트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소수의 직원만 고용하고도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을 통해 임씨를 소개받았다. 김씨는 임씨에게 월 600만원을 주고 불법 도박사이트 통합관리시스템 개발을 맡겼다.


김씨는 같은 해 9월 시스템 개발이 지체되자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합숙을 하자"며 임씨와 웹디자이너 A씨를 태국 방콕 사무실로 불렀다. 김씨는 비행기 티켓과 체류 비용 지원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수익도 모자라 해외 근무까지 기대감에 부풀었던 임씨의 꿈은 태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무참히 깨졌다. 김씨는 "개발이 여전히 느리다"며 임씨를 매일 밤낮없이 폭행했다. 주먹질하고 발로 걷어차는 건 예삿일이고, 라이터로 머리를 찍어 두피가 찢어질 지경이었다.

임씨가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같은 해 10월 A씨와 함께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출국 전 공항에서 김씨 일당에 붙잡혔다. A씨는 이후 재차 탈출을 시도해 성공했지만, 임씨는 그렇지 못했다. 김씨는 A씨의 도피로 발각될 것을 우려해 사무실을 방콕에 있던 같은 조직원인 공범 윤모씨 주거지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이동하는 차안에서 김씨는 임씨를 구타했고, 다음날 새벽 피해자가 의식을 찾지 못하자 차 안에 그대로 방치했다. 임씨는 지난 2015년 11월 21일 오후 차량 뒷자석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김씨는 사건 직후 피해자 살해 혐의를 공범인 윤모씨에게 넘긴 뒤 도주했고, 도주극은 3년 만에 베트남에서 체포돼 지난 2018년 4월 국내로 송환되면서 끝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 주범인 김모씨에게 징역 17년과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울러 지난 16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도 징역 14년을 선고하고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범행 후 태국 경찰에 신고한 윤씨는 마약 등 다른 혐의를 포함해 총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2021년 사면돼 국내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태국에서 이미 4년11개월간 징역형이 집행된 것을 고려해 그중 일부인 4년6개월은 윤씨가 이미 복역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주범 김씨는 공동 감금·상해와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차례로 기소돼 총 21년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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