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태영건설 오늘 채권단 설명회..'뼈깎는' 자구안 내놓을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3 06:00

수정 2024.01.03 12:10

태영건설, 3일 오후 3시 산업은행에서 채권단 설명회 개최
채권단 설득할만한 자구계획 나올지 관심
태영, SBS 지분매각 포함 2조300억 현금화 가능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자설명회가 열린다. 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뉴스1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자설명회가 열린다. 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뉴스1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사진=뉴스1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3일 채권단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채권단에게 공개될 태영건설의 자구계획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에서 태영건설에 대해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자구계획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된다.

■태영, 오늘 오후 3시 채권단 설명회서 자구계획 공개
금융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3일 오후 3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태영건설은 이 자리에서 현재 경영 상황과, 자구계획, 채권단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오는 11일 열리는 채권단 협의회의 안건은 △워크아웃의 개시 여부 △채권행사의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 사업장 관리 기준 등이다.

이번 설명회의 관건은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자구계획을 내놓을지 여부다. 채권단과 사업장 수가 많기 때문에 태영건설의 자구노력 없이는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사업장에 연관된 채권단 수가 중복 포함 1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산업은행이 주도했던 워크아웃과 달리 지난 2016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 채권자’로 채권단 기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채권자협의 구성부터 찬성 결의 통과, PF사업장 처리방안에 대한 채권협의단 협상까지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0여곳에 이른다. 브릿지론 18개, 본PF 42개(주거 25개, 비주거 17개) 등이다. PF보증채무의 경우 담보가 설정돼 있어 사업장 개별 사업성을 평가해 청산 혹은 진행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반면 회사채의 경우 기한이익상실에 해당, 워크아웃 채권단에 포함돼 향후 자금 회수 방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태영, 고통 분담 의지 있나" 채권단 의구심 증폭
채권단은 대주주의 강도 높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태영건설 모회사인 TY홀딩스와 대주주의 행보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다.

일례로 TY홀딩스는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2400억원을 지난해 12월 29일 돌아오는 태영건설의 상거래채권 결제 자금 1485억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매각 자금 중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1133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해주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지난 2일 정정 공시를 통해 "지난해 12월 29일 당사는 상거래채권 상환을 위해 TY홀딩스에 400억원을 요청하며 차입했다"면서 "733억원은 필요 상황에 따라 차입이 실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9일 만기 도래한 상거래채권 1485억원 역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제외하고 상환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TY홀딩스가 애초 태영건설에 주기로 약속했던 자금 일부를 지원하지 않은 결과 태영건설이 유동성 부족으로 외담대 채권 상환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TY홀딩스와 대주주의 자구 노력에 의구심이 생기는 지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지난해 초 계열사인 에코비트 주식을 담보로 4000억원을 조달한 것 역시 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됐다면 주식 담보 대출이 아니라 아예 지분을 모두 처분해 자금을 확보했어야 했다"며 "또다른 계열사인 블루원도 (태영이) 초반에는 처분하지 않으려다 막판에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태영, 1.64조 현금화 가능할 듯..채권단 기대 부응할 자구계획 나올까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과 TY홀딩스가 자구계획에 담을 수 있는 지분 및 자산매각 규모를 1조64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TY홀딩스가 이미 매각한 평택싸이로의 잔여지분(62.5%), 에코비트 보유 지분(50%), 태영건설 보유 시행 지분과 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 중 건물 분을 포함한 숫자다. 핵심 계열사인 SBS 관련 지분 처분금액까지 포함하면 2조300억원까지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TY홀딩스가 SBS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당일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SBS 주식 매각이나 담보제공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BS 관련 지분 처분금액을 포함하면 2조300억원까지 마련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50% 미만"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를 두고 "과거 두산중공업 워크아웃 당시 두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매각하면서 2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경감했다"며 "알짜 계열사를 모두 팔아서 위기를 벗어난 두산그룹과 비교해 태영건설이 절박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태영이 신청한 워크아웃은 오는 11일 채권단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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