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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부동산 PF '데자뷔'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1 19:08

수정 2024.01.01 19:08

연지안 건설부동산부 차장
연지안 건설부동산부 차장
결국 터질 게 터졌다. 꼭 1년 전 이맘때도 사실 기자는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시한폭탄처럼 발밑에 놓여 있는 기분이었다.

2023년 새해가 시작되기 전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매달 하순이면 어김없이 PF 부실을 경고하고 나섰다. 당시 발단은 급작스럽게 불거진 강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였다.

새해를 한달 남짓 앞두고 정부는 PF 부실에 대비해 PF 유동성 비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그리고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그해 연말 한국은행은 PF 부실에 대해 경고했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질 경우 부동산 PF 부실이 증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그 시기 집값은 곤두박칠치고 있었다. 또다시 부동산 PF와 관련된 정부 경고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그런 우려를 불식한 것은 예상보다 빨랐던 1·3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었다. 1년 전 신정 연휴를 마치자마자 국토교통부는 다소 광범위하게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그러자 주택 가격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고, 거래량도 늘었다. 추가 규제완화 기대효과도 작용하면서 지난해 중반 부동산 시장은 다시 살아나는가 싶었다. PF 시장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PF 문제는 되살아났다. 이번엔 태영건설의 유동성이 발단이 됐다. 태영건설 PF 부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랐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도 하기 전에 경제·금융당국 수장들과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긴급 논의했다. 그리고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그렇게 PF 부실 우려는 1년 만에 재점화됐다.

정부는 1년 전과 지금의 PF 사태는 다르다고 말한다. 1년 전 레고랜드 사태는 급작스러웠지만 태영건설 사태는 이미 준비해온 리스크라는 것이다. 또 이는 건설업계 전반이 아닌 자체 사업 규모가 큰 태영건설의 개별기업 상황이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레고랜드 사태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영향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마저 자금사정이 위태롭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착공이나 분양되지 않은 PF사업장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알고 있었다고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PF 문제는 달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2024년 다시 시작된 PF 위기는 새로 바뀐 정부 수장들에게도 가볍지 않은 과제여야 한다.

jian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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