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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학계의 양심, 조용한 추모 열기 확산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8 14:34

수정 2023.12.28 14:34

개인의 자유 강조, 시 정부 인권 변호사 탄압에도 사회가 보호해야

생전의 장핑 교수
생전의 장핑 교수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 법조계'의 양심으로 불리며 중국 민법 및 상법 등의 기초를 세운 법학계의 원로 장핑(92) 교수가 지난 19일 조용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바이두 등 현지 포털에는 28일에도 그를 기억하는 제자들과 교수, 법학자들이 계속 추모의 글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는 거대한 국가 권력 앞의 개인의 권리에 대해 끊임없이 옹호했고, 국가권력 남용에 대해서도 용감하게 이견을 냈던 소신있는 학자였다. 옌징대학을 다니다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뒤 모스크바 대학에서 유학했다. 1956년부터 법률가를 양성하는 중국정법대학 교수로 지냈다.

1980년대에 중국 최초의 공민권 제도의 초안 작성을 주도했고, 중국 입법부인 전인대의 각종 위원회 등에서 책임있는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중국이 시장경제로 나아갈 때 그는 공민권 제도 외에도 중국의 재산법, 계약법, 물권법, 회사법, 신탁법, 행정소송법의 기초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88년 톈안먼 사태 당시 중국 정법대 총장으로서 학생들을 옹호하고, 정부에 학생들과의 대화를 건의했다가 1990년부터 모든 정부의 위원회 등 공식 직책에서 쫓겨났다. 이후에는 평교수로서만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그는 인권과 입헌 민주주의는 재산권 및 상업권과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검열을 비판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2015년 시진핑 정부가 인권 변호사 수백 명을 구속 했을 때, 그는 중국 사회 모두가 감시자로서 변호사들을 보호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 교수는 2010년 자서전 서문에서 "어떤 정치적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생각하는 독립적인 정신, 그리고 비판 정신을 중국 지식인들이 진지하게 계승하는 것이 소중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받고 싶은 의지할 수 있는 교수로 꼽히면서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누려왔다. 그는 총장 등 보직과 각종 정부 위원회 책임자 자리에서 밀려난 뒤에도 학생들은 그가 강조해 왔던 '진실에만 고개를 숙인다'라는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했다.
"전 세계를 위한 법의 지배"라는 그가 강조했던 말은 중국정법대 한쪽, 커다란 돌에 새겨져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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