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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삶 통해 희생을 배웠어"... 성숙한 안내견 문화 이끌었다 [2023 사회공헌대상]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6 18:29

수정 2023.12.06 18:29

보건복지부장관상 삼성화재
세계 유일 기업 운영 안내견 학교, '바다'첫 분양 후 280마리 데려와
1년간 기초훈련 거쳐 학교에 입학... 본격 훈련과정서 통과율 35%뿐
만 두살쯤 시각장애인과 첫 만남... 함께 합숙하며 성격·보폭 등 익혀
8세 은퇴 후엔 자원봉사 가정으로
안내견이 파트너인 시각장애인을 만나기 전에 훈련사와 교육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안내견이 파트너인 시각장애인을 만나기 전에 훈련사와 교육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은퇴견 안내견이 훈련사, 자원봉사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은퇴견 안내견이 훈련사, 자원봉사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생후 12주가량의 안내견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분양돼 1년간의 사회화 훈련인 퍼피워킹을 거친다. 예비 안내견들. 삼성화재 제공
생후 12주가량의 안내견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분양돼 1년간의 사회화 훈련인 퍼피워킹을 거친다.
예비 안내견들. 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는 올해로 30년째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면서 국민 속에서 사회공헌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인식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가 사회복지의 핵심'이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철학에서 시작됐다. 사용자인 시각장애인의 복지 수준을 높여 독립된 삶의 의지와 자유를 누리도록 할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안내견사업에 참여해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나아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가지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 세계 유일 기업 안내견학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지난 1993년 단일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안내견학교로 설립돼 이듬해 첫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뒤 30년간 총 280마리를 분양했다. 매년 12~15마리를 분양하고 있고, 현재 76마리가 활동 중이다.

삼성화재가 안내견학교를 설립할 당시에는 기업이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는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삼성의 안내견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한 세계안내견협회는 정관을 변경해 지난 1999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공식 안내견 양성기관으로 인증하고 협회 정회원으로 받아들였다.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하나뿐인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학교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2000년대 유럽과 미국의 선진 안내견학교를 찾아 '클리커훈련법'을 배워서 안내견 훈련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전문성을 키웠다. 클리커 훈련법은 '딸깍(클릭)' 소리를 내는 훈련도구와 간식, 칭찬 등 보상을 이용해 '딸깍' 소리만으로 안내견이 훈련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훈련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8년 대만 핑둥과학기술대학을 시작으로 일본 간사이맹도견협회, 홍콩맹도견협회 등에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찾아 안내견 훈련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하면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어느덧 벤치마킹 대상인 선진 안내견학교 대열에 올라섰다.

■8개월 훈련…안내견 통과율은 35%

안내견은 태어난 지 9주께부터 자원봉사 가정 '퍼피워킹'을 만나 사회화 과정을 시작한다. 이들은 1년간 지하철, 버스, 마트와 같은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경험을 쌓으며 기초훈련을 한다. 안내견 종합평가에서 합격하면 14개월부터는 안내견학교에서 본격적인 안내견 훈련 과정에 돌입한다. 안내견학교에서는 최대 8개월간 훈련을 받는다. 도로, 상가, 교통수단에서 기본훈련, 복종훈련, 위험대비 훈련을 하는데 여기서 통과율은 약 35%에 그친다. 안내견이 파트너인 시각장애인을 만나는 것은 23개월, 만 두 살이 다 돼갈 즈음이다. 이때 시각장애인의 성격, 직업, 걸음 보폭이나 속도, 생활환경과 안내견 특성을 고려해 안내견학교에서 적합한 파트너를 연결한다. 이후 4주간 파트너와 안내견은 동반교육을 받는다. 안내견학교에 합숙하며 2주간 함께 교육을 한 뒤 시각장애인의 집이나 거주지에서 현지교육을 2주간 더 받는다.

안내견학교는 안내견 활동과 사후관리도 지속적으로 한다. 1년에 두 번씩 훈련사가 가정을 방문해 안내견의 보행을 점검하고 건강도 확인한다. 월 1회 정기 전화상담도 운영하지만 수시로 필요할 때 학교에서 대응한다. 안내견의 은퇴는 만 7세 이후로, 보통 만 8세 전후 은퇴해 자원봉사 가정에 맡겨진다. 즉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 훈련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 기간인 7~8년을 더해 약 10년에 걸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자원봉사자 헌신으로 걸어온 길

퍼피워킹에 참여한 가정은 현재까지 총 1000여가구에 이르고, 은퇴한 안내견의 노후를 함께하는 자원봉사자 가정까지 더하면 30년간 총 2000여가구에서 봉사에 참여했다. 안내견학교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도 300여명에 달한다.
이렇게 삼성화재가 안내견과 30년을 함께 걸어온 길에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헌신도 깃들어 있다. 안내견은 체계적인 관리와 따뜻한 보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안내견은 평균수명이 13.9세로 같은 견종보다 1년가량 오래 산다는 연구 기록도 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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