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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안84도 벌금 내야 하나?...법학교수도 이해 못한 루이비통 리폼 판결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5 05:50

수정 2023.11.15 15:01

법학교수 "지식재산권 소진...추가 로열티 요구 할 수 없다" 주장
최근 연예인들이 명품 리폼하는 모습 수차례 방송에 나와


기안84가 명품 신발을 리폼하는 모습. 출처=기안84 SNS
기안84가 명품 신발을 리폼하는 모습. 출처=기안84 SNS


[파이낸셜뉴스] 명품 가방을 지갑 등으로 만들어 주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몇년새 리폼이 유행이 되며 방송에서 여러 연예인들이 직접 명품 운동화나 가방 등을 리폼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어 해당 판결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루이비통 가방을 잘라 지갑으로 리폼해 준 업자에게 1500만원을 물어주라고 한 법원 판결을 두고 "무릎이 헤어진 바지 잘라서 반바지 만들어 입고 다니면 원 바지제조사에 로열티 내야 하나"라며 비판했다.

13일 박 교수는 자신의 SNS에 “상표법을 포함한 모든 지식재산권에는 소진원칙이 있다”라며 “처음 물건을 팔 때 로열티를 받았다면 그 물건에 깃든 지식재산권이 소진됐기 때문에 이후에 그 물건이 어떻게 이용되거나 판매되더라도 추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우리가 휴대전화를 중고로 판다고 해서 그 안에 들어간 부품의 특허권자들에게 로열티를 떼어주지 않는 것”이라며 “루이비통은 처음 가방을 만들어 팔 때 자신의 상표에 대한 가치를 포함해서 물건값을 받았고, 이 가방을 산 사람이 이것을 고쳐 쓴다고 해서 또다시 로열티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아예 다른 제품에 루이비통 상표를 새롭게 붙이면 상표권침해가 발생한다”며 “이것이 상표법 목적인데 리폼 루이비통 지갑을 만들려면 순정품 루이비통을 사야 하기 때문에 루이비통 입장에선 경제적 손해가 없다”고 했다.


상표권 침해는 루이비통 제품이 아닌 물건에 루이비통 상표를 붙여 혼동시키는 경우, 이른바 ‘짝퉁’ 물건일 경우에만 발생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또 박 교수는 “리폼업자는 물건을 판 적이 없다. 고객들의 물건을 고쳐줬을 뿐”이라며 “대중들이 자신의 지식, 손재주, 열정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을 각종 규제가 막아설 때마다 OECD 최악 수준인경제 양극화는 계속 방치된다”라고 지적했다.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에서 더스트백을 활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었다. MBC 캡처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에서 더스트백을 활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었다. MBC 캡처


앞서 웹툰 작가 기안84는 더스트백을 활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었다. MBC ‘나 혼자 산다’ 속 그는 “예전에 태양씨가 옷을 선물해 주셨는데 더스트백을 버리기 아깝더라”면서 리폼에 도전했다. 기안84는 명품 더스트백을 활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어 출연진에게 자랑했다.

기안84는 구찌 운동화를 리폼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완성되어 가는 신발을 보며 기안84는 “너무 괜찮다”고 감탄하면서도 “고소 당할 일은 없겠지?”라고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배우 채정안이 10년 사용한 명품 가방을 리폼업자에게 맡겨 재탄생시킨 것을 알린 영상. 출처=채정안 유튜브 채널 캡처
배우 채정안이 10년 사용한 명품 가방을 리폼업자에게 맡겨 재탄생시킨 것을 알린 영상. 출처=채정안 유튜브 채널 캡처


배우 채정안도 천만원대 H사의 가방을 리폼업자에게 맡겨 재탄생 시킨 것을 가방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바 있다.

한편,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는 루이비통 말레띠에가 수선업자 A씨를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A씨는 루이비통 가방 원단으로 가방·지갑을 제조해선 안 되고, 1500만원도 루이비통 측에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양산성과 유통성이 없는 리폼 제품은 상표법상 ‘상품’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루이비통 가방이 분해된 뒤 재단·염색과 부품 부착 등 공정을 거친 점에 비춰 A씨 업체는 단순 수선을 넘어 타인이 상표권을 보유한 제품을 임의로 생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리폼을 의뢰한 고객이 제품을 제작 주체를 오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리폼 제품을 중고로 사들이거나 리폼 제품을 본 제3자는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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