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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의 직평직설] 존경하는 의원님, 그 역겨움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3 18:23

수정 2023.09.13 18:23

역사상 최악의 정치 혼탁
野대표는 명분 없는 단식
맹종하는 유권자 잘못 커
[손성진의 직평직설] 존경하는 의원님, 그 역겨움
바뀌지 않았다. 의원들이 서로 '존경하는 OOO 의원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역겹다고 비난한 적이 있는데,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대로다. 다시 부탁하지만 제발 '존경하는'은 생략해 주기 바란다. 식탁에 앉아 밥 먹던 국민이 토가 나올 지경이다. 차라리 '김기현씨' '이재명씨'가 듣기에 낫다. '윤석열씨' '이동관씨'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가.

역사상 최악의 정치를 목도하고 있다.
국회가 아니라 '양아치 집합소' '시정잡배 양성소'다. 양아치라고 무시하지 말라.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잇던 성실한 생활인이자 재활용의 선구자들이다. 이런 국회, 이런 의원이라면 차라리 조선시대 당파싸움을 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 1960년대 정치인의 현란한 권모술수라면 드라마틱한 구경거리라도 될 것이다. 그때는 그래도 아귀다툼을 벌이면서 금도(襟度·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는 있었다. 존경받는 정치원로도 있었고, 바른 소리 잘하는 신인도 있었다.

참 '돈 안 되는 짓'만 골라 한다. 땟거리가 걱정인데 무슨 이념 타령인가. '민생, 민생' 하며 국민을 들러리 삼지 말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왜 단식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념 전쟁, 폭력 정권에 대한 국민 항쟁'이라고 갖다 붙였다. 수식어 붙이는 거야 자유다. 설마 6월 항쟁, 민주 항쟁급으로 본단 말인가. 단식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단식은 전두환에게 저항하던 김영삼 정도 되는, 존경받는 거물급이 하는 것이다. '깜방' 가기 싫어서 하는 줄 알 사람은 다 안다. 단식에 대한 모독이다. 언론장악이야 역대 좌파 정권들도 똑같이 했다. 비난해 봐야 들을 소리는 '내로남불'밖에 없다. 지금 정부는 도리어 좀 늦었다. 지켜보다 참다 못해 법대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물고 뜯고 싸우는 건 곰곰이 따져 보면 인간의 탐욕 탓이다. 정치인들이 이념을 사리사욕을 위해 악용하는 것이다. 이념이 뭔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투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싸움, 그 이론적 배경이다. 좌익과 우익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두 날개요, 두 발이다. 삼권분립과 마찬가지로 일방의 독주를 막기 위한 좌우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은 필요하다. 순수한 이념의 가치를 오직 권력 획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게 현재의 정치다.

보수 우파는 이미 부패의 이미지가 각인됐지만 진보 좌파의 실상은 어떤가. 사회주의의 전사(戰士)를 자처하며 독재 권력과 투쟁했던 이들이 자본주의 제도를 더 잘 활용하고 더 강한 탐욕에 빠져 버렸다. 도덕적 우월의 탈을 쓰고는 고상한 척 국민을 속였다.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조국, 윤미향이 그런 인물들 아닌가. 천문학적 개발사기의 배후로 지목된 이재명의 경우가 결코 다르지 않다.

권좌에 올라서도 그들은 유권자를 조종한다.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에게도 돌아가는 이익과 불이익이 달라진다. 거기에서 맹종과 맹신의 싹이 돋아난다. 역으로 정치인을 이용하는 추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개딸'이 그런 세력이다. 정치가 이토록 망가진 데는 이성을 잃은 맹목적인 유권자의 잘못이 크다. 이럴 바엔 정치인을 국가시험으로 뽑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추첨이 낫다고 했다. 어느 일본 기업은 이름을 적은 종이를 날려 멀리 날아간 사람을 승진자로 정했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정치를 없앨 수도 없다는 게 정치혐오주의자들에겐 절망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딜레마다. 공화정과 왕정, 직접민주주의, 그 어떤 제도도 소용없었다. 인간이 인간이 만든 정치라는 제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썩은 정치를 정화할 신통술은 어디 없을까. 최선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길뿐일까. 정치와 결탁할 줄 아는 약삭빠른 유권자들이 늘어날수록 손해는 혐오주의자들이 본다. 결국 정치외면이 아둔한 짓임을 깨달아야 한다.
곧 선택의 시즌이 다가온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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