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집 나간 日개미들이 돌아왔다" 외국인 손잡고 증시 동반 견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8 06:00

수정 2023.07.08 06:00

개인 주식 보유비율 17.6%, 2년 만에 상승
1970년 38%였던 개인 비중, 버블경제 무너지며 주식도 손절
실패 트라우마 없는 2030 진입, 주식 투자 통한 자산형성에 관심
"집 나간 日개미들이 돌아왔다" 외국인 손잡고 증시 동반 견인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주식시장을 외면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다시 증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외국인 매수세로 우상향 중인 일본 증시에 개인까지 올라탄 형국이다.

바닥 찍고 2년 만에 컴백한 日개미

8일 도쿄증권거래소 등 전국 4개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2022년도 전국 상장사 주주분포상황조사에 따르면 금액 기준 개인의 주식 보유 비율은 17.6%를 기록, 2년 만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9년 전인 201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시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개인의 매수세가 살아났고, 젊은층의 자산 형성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보유 비율은 30.1%로 전년 대비 0.3%p 떨어졌으나 3년 연속 30% 대를 유지했다.


사업회사 보유 비율은 19.6%로 0.4%p 낮아져 조사 개시 이래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기업 통치 지침)가 정착하면서 정책 보유주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인 보유 비율은 전년도보다 1.0%p 상승했다. 개인의 전년도 대비 상승폭은 2008년 1.8%p 이후 14년 만에 가장 컸다. 2008년에는 리먼 쇼크 후 주가가 급락해 개인들이 저렴한 주식을 사들였다.

2022년 말 현재 개인의 주식 보유금액은 131조2553억엔으로 2년 만에 증가했다. 증가 폭은 투자 주체 중 가장 큰 10조530억엔이었다.

개인의 일본 주식 보유 비율은 1970년에는 약 38%였다. 그 후 버블 붕괴 후의 주가 침체로 장기간에 걸쳐 개인들은 증시를 떠났다. 고령의 투자자들이 상속을 위해 주식을 현금화하는 움직임도 겹치면서 2019년에는 사상 최저인 16.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개인 주주 수는 6982만명으로 9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521만명 늘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집 나간 日개미들이 돌아왔다" 외국인 손잡고 증시 동반 견인

트라우마 없는 2030, "주식으로 부자될래요"

2022년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변동폭이 컸다. 주가 하락 국면에서 반대 베팅하는 개인에게는 기회가 됐다. 실제로 개인 보유비율이 상승한 업종을 보면 주가 변동이 컸던 해운(12.3%p 증가) 철강(5.1%p 증가)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4월 이후에는 외국인 주도로 주가가 오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뒤처진 모습을 보였지만 하락 국면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나선 개인은 짭짤한 투자를 지속했다.

특히 업계에선 20~30대 젊은층이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적립형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가 보급되면서 투자를 시작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며 "버블 붕괴나 리먼 쇼크를 경험하지 않아 2030은 시세 급락의 트라우마가 없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금융청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NISA 계좌 수는 783만개로 2022년 말보다 57만개(8%) 증가했다. 전체의 50% 남짓한 372만 계좌를 차지하는 것은 20~30대다.

노지리 핀웰연구소 소장은 "2014년 NISA가 출범한 뒤 노후자금 2000만엔 문제와 코로나19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자산 형성 요구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 보유 비중과 개인과는 격차가 크다. 개인 주주 비율이 약 40%에 이르는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일본에서는 주가 상승의 혜택이 개인에게 퍼지기 어렵다.
이는 '주가 상승→개인 소비 자극→기업 실적 확대→새로운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닛케이는 "내년 새 NISA 개시를 앞두고 개인의 자산 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개인의 주식 매수를 유도하기 위해선 투자 환경이 정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일 33년 만에 최고치인 3만3000 선을 돌파했던 닛케이 평균주가는 최근 차익 실현 매물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3만2000 선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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