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나홀로 생존' 삼성중공업의 힘 세가지는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2 06:00

수정 2023.06.22 15:04

한화 진입이후 조선 3사 그룹사로 재편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사사건건 맞붙어
수직계열화·그룹사 시너지 강화 추세
삼성중공업은 그룹동력 취약, 독자 생존
삼성중공업이 버티는 힘은 크게 세가지
①해양플랜트 ②연구개발 ③초격차 기술
업황에 민감, 인력 유출 등은 '약한 고리'
지난 20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가장 큰 3도크전경.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지난 20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가장 큰 3도크전경.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와 한화그룹, 양대 그룹사로 재편되고 있는 조선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의 나홀로 행보가 주목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직계열화 등 그룹사 시너지를 동력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은 사실상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조선 빅3'로 경쟁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후 수년간 조선업황 불황을 혹독하게 겪고 있다.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부도 사태'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고 그룹사는 세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8년째 적자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2년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규모 발주로 조선업이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2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9년 만의 흑자전환이 전망되는 배경이다.

현대-한화 경쟁 속에 낀 삼성중공업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정 등 특수선 분야의 치열한 수주 경쟁을 비롯, 인력 유치 등에서 건건이 맞붙으며 호황을 맞이한 조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다. '조선 3강'에서 지금은 현대, 한화 양대 구조의 '2강1중'이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그룹내에서도 주목도가 낮은데다 요즘 조선업 뉴스는 한화와 현대만 부각되고 있어 상대적인 소외감이 든다"고 했다.

조선시장 경쟁 환경 급변 속에 삼성중공업이 버티고 있는 것은 그간 축적한 독보적 저력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다 해양플랜트 설계·건조 노하우와 친환경 선박 기술 우위로 경쟁력을 쌓아왔다.

협력사 생산현장을 둘러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제공
협력사 생산현장을 둘러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제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시장은 그간 양대 체제로 재편(인수합병)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여러 이유로 좌절됐다"며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K-조선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는 점에서 지금의 3사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독보적 해양플랜트 기술' 세가지 힘


창사 49년, 삼성중공업의 힘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①해양플랜트(해상유전) 독보적 기술 축적 ②지속적인 연구개발(R&D) ③'세계 최초' 초격차 기술력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해양기술박람회(OTC 2023)에서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은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 모델을 보고 놀라워했다. 삼성중공업이 납기 단축과 경제성을 갖춘 전략 모델로 개발한 FLNG 부유체 'MLF-N'이다. 장해기 삼성중공업 기술개발본부장은 "발주처가 필요한 만큼 화물창 용량을 최대 24만5000㎥까지 손쉽게 늘릴 수 있도록 표준화한 것"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전세계 발주된 FLNG 5척 중 4척을 수주했다. 2017년 세계 최대 규모 FLNG인 쉘 프렐류드(34억달러)를 시작으로 ENI의 두아(2020년), 페트로나스 코랄 술(2021년)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코랄 술은 총 중량 21만t, 길이 432m 폭 66m로 축구장 4개 크기다. 15억달러 규모의 네번째 FLNG를 수주한 게 지난해 12월이다. 현재 상세 설계 작업 중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모잠비크, 북미에서 동시에 2기의 FLNG 수주를 협의 중인데, 올해 적어도 FLNG 1건의 추가 수주가 목표"라고 했다.

해양플랜트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는 숙련된 인재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800여명의 숙련된 설계, PM 분야 전문인력을 유지하며 대형조선소로는 유일하게 해양프로젝트를 연속해 건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R&D 및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거제조선소, 판교R&D센터에 이어 오는 10월 부산에 R&D센터를 새로 설립한다.

LNG 운반선 수주잔량 세계 1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수주 잔량(5월말 기준)은 995만CGT(148척). 야드별 수주잔량 세계 1위다. 이 중 LNG 운반선은 85척(59%)에 달한다. 이같은 LNG 선박·해양플랜트 분야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삼성중공업이 확보한 LNG 밸류체인 핵심기술 덕분이다. LNG 실증설비를 활용, 독자적인 LNG 액화→재액화→연료 공급→재기화 기술을 개발, 상용화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1년 아프리카 모잠비크 해상에 투입된 페트로나스 '코랄 술' FLNG 전경.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1년 아프리카 모잠비크 해상에 투입된 페트로나스 '코랄 술' FLNG 전경. 삼성중공업 제공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 저감 및 무탄소 연료 전환 기술 개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는 "탄소중립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배터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시스템 △선박의 발전기·추진 엔진의 폐열 회수를 활용한 열전발전 시스템 △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운송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중장기적으로 무탄소 선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수소 및 용융염원자로(SM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도 개발 중이다.

그룹시너지, 인력 확보는 약한 고리


국내 조선업은 주요 기술 및 핵심부품 등의 수직계열화로 그룹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사실상 독자생존하는 삼성중공업은 그룹 시너지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중 유일하게 함정 등 특수선 사업이 없다.

고가의 해양플랜트가 수주후 건조, 인도까지 전쟁 등 국제 정세, 유가, 에너지 수급 업황에 따라 불확실성,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리스크다.

인력 확보도 삼성중공업의 약한 고리다. 현재 한화오션,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상당한 인력 이동이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에서만 가장 많은 수백여명의 인력이 이탈했다. 조선업계가 인력 유출 문제로 HD현대중공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주도한 것도 삼성중공업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의 인력 빼가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도 170여명을 채용하는 등 인력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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