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머그샷 논란, 인권과 공익 사이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8 19:28

수정 2023.06.18 19:28

[강남시선] 머그샷 논란, 인권과 공익 사이

세계적 부자 중 한 명인 빌 게이츠의 20대 시절 사진을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머그샷(mug shot) 때문이다. 지난 1977년 뉴멕시코주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체포된 빌 게이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천진하게 웃고 있다. 말쑥한 머리스타일에 샤프한 외모를 지닌 팝스타 고 데이빗 보위의 머그샷도 찾아볼 수 있다. 마약 소지가 적발돼 체포된 직후 찍은 사진이다. 콜롬비아 마약왕으로 불렸던 파블로 에스코바의 머그샷도 유명하다.


범죄자 얼굴사진을 뜻하는 머그샷은 '얼굴'을 뜻하는 속어 '머그(mug)'에서 유래됐다. 직역하면 '낯짝 사진' 정도가 되겠다. 페이스 포토(face photo)가 아닌 머그샷이라는 언어에서 범죄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읽힌다. 미국은 범죄 경중과 상관없이 머그샷을 찍어 공개한다. 무죄판결을 받아도 머그샷은 남는다. 한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익이 우선'이다.

한국도 충격적 범죄가 최근 자주 발생하면서 신상공개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엔 미국처럼 범죄 직후 찍어 공개하는 머그샷이 없다. 그 대신 신상공개 절차를 거쳐 범죄자 사진을 공개한다. 그나마 공개된 사진조차도 논란이 된다.

지하철 스토킹 살인을 저지른 전주환은 신상공개 절차를 거쳐 사진이 공개됐지만 이후 이송 과정에서 나타난 외모는 공개된 사진과는 달라 보였다. 공개된 사진은 본인이 과거에 찍은 증명사진인데, 수사당국은 이를 그대로 공개용 사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 역시 신상공개용 사진이 나온 후 학교 동창들도 몰라본다는 지적이 속출했다. 당국이 신상공개 결정을 내려도 피의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최신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최근 2심 판결이 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현행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피의자 이모씨에 대해 한 범죄전문 유튜브 채널이 작심하고 무단으로 신상을 공개하면서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신상을 공개하려면 총 4가지 기준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 우선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명백한 증거도 필요하다. 재범 방지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 피의자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어야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 CCTV에 담긴 장면이다. 피의자 이모씨는 이 오피스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20대 여성을 뒤에서 돌려차기로 가격한 뒤 마구 폭행해 기절시켰다. 그 후 카메라 사각지대로 이 여성을 업고 사라졌는데 약 7분 후에 여성을 방치하고 떠났다.
피해자 바지 안쪽에는 이씨의 DNA도 발견됐다. 전과 18범인 이씨는 구치소에서 "보복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중대한 피해'란 무엇인지, '공공의 이익'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다시 생각할 시점이다.

ksh@fnnews.com김성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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