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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뿐인 방탄차로 흩어진 교민 이송… 사선의 문턱 넘었다 [수단 철수 현장 막전막후]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6 18:20

수정 2023.04.26 21:14

외교부 당국자가 전하는 긴박했던 '프라미스' 작전
교민들 교전 중심지 시내에 거주
9개 지역 돌며 대사관 집결 성공
일부 여권 못챙겨 사본으로 통과
남궁환 외교부 주수단대사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궁환 외교부 주수단대사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사관에서 교민들의 대피와 본국으로의 이송을 철저히 책임지자는 자세로 임해 교민들을 무사히 본국으로 모셔올 수 있었다."
수단의 무장충돌 사태로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 교민 28명을 무사히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 남궁환 주수단대사는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수단 내 군벌 간 무력충돌로 발생한 내전은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이상 총성이 울리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교민들은 총소리를 제일 불안해 했다.


현재 수단의 상황은 재외국민 보호 측면에서 모든 어려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민들 거주지가 9개 지역에 걸쳐 산개해 있었으며, 수단 군벌 간 교전의 중심인 시내에 교민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에 교민들은 길거리 이동은 물론 창가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따라서 9개 지역에 흩어져 있었던 교민들을 대사관으로 모으는 작업이 가장 긴박하고, 긴장되는 순간으로 꼽힌다.

교민들의 대사관 집결은 이틀 만에 완료됐지만, 첫째 날 이송작업을 한 현지인 행정원이 극도의 긴장과 피로로 쓰러지는 바람에 둘째 날부터는 남궁 대사가 교민 이송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남궁 대사는 이 과정에서 한 대뿐인 방탄차량을 타고 교민들을 이송했다.

외교 당국자는 "외교관 신분이 있는 사람이 타야만 체크포인트 통행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줬다"며 "10㎞ 정도를 가다보면 5~6군데 체크포인트가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보통 30분이면 갔다 올 거리를 1시간30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수단 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이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가안보실 지휘 아래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 유관기관은 관계부처 TF를 구성하고 지난 15일부터 사실상 24시간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수단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초반에 전원 철수한다는 빠른 방침을 세우고 외교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우방국, 수단 내 영향력 행사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긴밀히 접촉해 탈출루트를 마련하고 재외동포영사실장을 신속대응팀으로 지부티에서 포트수단으로 급파했다.

최영한 재외동포영사실장은 "지부티 주재 일본대사, 미국대사, 지부티 외교장관, 지부티에 주둔하는 미군사령관 등을 만나 관련 정보와 수단 상황에 대한 미군 정보를 공유해서 본부에 보고했다"며 "포트수단에서는 교민들이 출국하는 데 있어 시간 지체 없이 수송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사전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포트수단공항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교민 가운데 6명의 여권이 없었던 것이다. 수단에 오래 체류하면서 기간이 만료된 사례도 있었고, 급하게 철수하느라 집에서 미처 여권을 챙겨 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외교 당국자는 "다행히 여권 사본이 있어 수단대사관에서 외교공안을 만들어 증명을 했다"며 "강아지 1마리와 고양이 2마리도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상황 설명을 해주고 공항 관계자들도 다행히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모가디슈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공관원과 교민들은 지난 24일 새벽 3시경 수단을 빠져나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에서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KC-330에 올랐다. 이후 지난 25일 오후 3시57분경 서울공항에 도착하면서 작전명 프라미스(promise·약속)는 막을 내리게 됐다.

한편 현재 국빈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남궁 대사와 조주영 공군 중령의 노고에 격려를 보냈다.

조 중령은 사우디 제다에서 한국까지 우리 교민들을 안전하게 이송한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임무지휘관이다. 윤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통해 남궁 대사에게 "직접 운전하며 교민 생명과 안전을 챙기는 의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윤 대통령은 조 중령에게도 "급박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교민의 안전을 지켜준 데 대해 고맙다"며 "정말 수고가 많았다"고 치하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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