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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흔든 군사기밀 유출자는 미군기지 근무 20대 채팅방장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3 20:51

수정 2023.04.13 20:51

채팅방 교육 자료로 美 군사기밀 유출해 민감한 군사정보 담은 문건 등 기밀유출 옮겨적어서 유출하다 나중엔 사진 찍기도
미국 워싱턴 상공에서 찍은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 뉴스1 제공.
미국 워싱턴 상공에서 찍은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군사 기밀을 유출한 용의자는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20대 초중반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기밀이 유출된 채팅방 회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이 같이 밝혔다.

회원들은 기밀 유출자로 '서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개설된 채팅방의 방장 'OG'를 지목했다.

이 채팅방에서는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많으며 세상은 그렇게 대중이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내용의 교육이 이뤄졌고, 이 교육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수집해 비밀로 취급하는 정보가 쓰였다.

방장인 OG는 군기지에서 근무하며 집으로 기밀을 가져온다고 언급했고, 그는 처음에는 기밀을 옮겨 적는 식으로 소개를 하다 타자를 치지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으면 문건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의 이 같은 기밀유출로 러시아군 동향, 러시아에 대한 이집트의 무기판매 시도설, 러시아 용병단의 튀르키예 무기 구입 시도설 같은 문건이 세상 밖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여주는 도표, 러시아 미사일에 훼손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 사진, 중국 정찰풍선을 같은 높이에서 찍은 정찰기 사진,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북한 탄도 미사일의 궤적 등 이미지도 게시됐다.

보도에 따르면 채팅방의 20대 초반 회원들은 OG를 선지자와 같은 지도자로 추앙했다.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인가를 받은 OG가 언론에 주요 기사로 보도되기 전에 주요 사건을 예언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또 OG는 튼튼한 외모와 사격 기술 등으로 회원들을 매료하기도 했다.

OG는 우크라이나전에서 편을 들지 않았고 자신은 미국 정부에 적대적이지 않으며 어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도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OG가 기밀이 채팅방 밖으로 유출되면 곤란해진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의 이런 태도를 들어 OG가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내부고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 OG는 용의자로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OG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기밀유출 사실을 보도한 다음날 "일이 터졌다"며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이제 하나님의 손에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히 지내며 자신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지우라"는 당부를 회원들에게 남기고 연락을 끊은 상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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