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15년째 문턱 못넘은 선진 지수… 정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김기석의 자본시장 산책]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5 19:08

수정 2023.01.15 22:06

스페셜 리포트
MSCI 선진 지수가 뭐길래
국제 금융펀드 투자 기준이 되는 지표 ‘MSCI 지수’
선진시장 지수엔 23개국… 韓,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
선진지수 편입되면 패시브 자금 최대 65조원 순유입
변동성 축소로 시장 안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기대
韓, 선진지수 이동 필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신흥국 지수 내 韓주식시장 비중 10년來 3.4%p 하락
2014년 편입 위한 관찰대상국서 제외… 계속 등재 실패
정부 시장 접근성 개선 밝혔지만 구체적 실행 안보여
15년째 문턱 못넘은 선진 지수… 정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김기석의 자본시장 산책]
사진=뉴스1
사진=뉴스1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6위, 경제 규모 세계 10위, 세계 무역 순위 8위, IMF 선진 경제권(Advance Economies) 포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안에서의 'OECD High-Income' 국가로 선정. 바깥에서 본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이다. 누가 봐도 선진국의 위치다.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평가하지 않는 기관이 있다. 전 세계 펀드의 30%가 투자할 때 참조를 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MSCI 선진(DM) 지수 편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속해있는 MSCI 신흥(EM) 지수에서의 비중 축소로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선진 시장 진입이 시급하지만 당분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도 지난해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 10대 핵심과제에 MSCI 선진 지수 편입 추진을 포함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15년째 문턱 못넘은 선진 지수… 정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김기석의 자본시장 산책]

■MSCI 지수란

MSCI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의 지수,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분석 툴, ESG 및 기후 상품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 196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주식시장 벤치마크 지수인 MSCI 지수를 개발했다. FTSE지수와 함께 국제 금융 펀드의 투자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인정받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월말 기준으로 MSCI 지수를 기초 지수로 하는 자금은 약 16조3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글로벌 펀드 순 자산의 30% 수준이다. MSCI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전 세계적으로 1300여개, 추종 ETF 자산규모는 13억4000만 달러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MSCI 지수는 크게 MSCI DM(선진) 시장과 MSCI EM(신흥) 시장, 프런티어 시장, 단일 시장으로 구성된다.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MSCI 선진 시장 지수에는 미국과 영국, 스위스 등 23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과 일본, 싱가포르 등 3개국이 포함돼 있다. 신흥 시장 지수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선진 지수 편입 시 65조원 유입?

MSCI 선진 지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변동성 축소로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연구원은 MSCI 선진 지수 편입시 우리나라로 17조8000억~61조원(159억~547억달러) 수준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는 3418~4035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을 중심으로 20조~65조원의 순유입을 예상했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440억달러의 자금 순유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선진 지수 편입으로 유입되는 금액보다 기존 신흥 지수에서 이탈되는 패시브 자금 규모가 오히려 더 커 약 18조원(150억달러)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선진 지수 편입시 유입되는 규모는 MSCI 추종 자금 규모와 한국의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선진 지수에 진입하더라도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비중이 변화하거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와 긍정적 전망 여부에 따라 자금 순유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를 감안해 자금 유출입의 전체적인 방향을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시장 지수 편입 시 중국 영향력이 감소하고 선진시장 자금과 연결돼 주식시장 변동성이 낮아질 가능성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신흥 시장에서 밀리는 위상

MSCI 신흥국지수 내 한국 주식시장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선진국 지수 편입을 해야 하는 한 이유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12년 말 15.4%이던 신흥국지수 내 우리나라 비중은 지난 2022년에는 12.0%로 3.4%포인트(p) 하락한 상태다. 신흥국 지수 내 한국 주식시장 순위도 중국, 대만, 인도에 이어 4위로 밀렸다. 상대적으로 '잘 난 이웃'을 둔 덕에 비중 하락을 겪고 있다.

문제는 중국 비중 확대와 베트남 등의 신규 진입 등으로 우리나라 비중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지수에서 비중이 줄어들면 자금이 유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지수 내 국가 가중치 조정에 따른 한국 주식시장 비중 하락 위험은 MSCI 신흥국 지수 내 상존한 위험"이라면서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에게 언젠가 다가올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관찰대상국에서도 탈락

선진 시장 지수로의 이동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1992년 MSCI 신흥 지수에 편입된 우리나라가 선진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은 지난 2008년 시작됐다. 2008년 6월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위한 절차인 관찰대상국(Watchlist)에 등재됐다. 그러나 MSCI는 제도 개선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연속 선진 지수 편입을 거절했고 결국 2014년 6월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했다.

2015년에는 금융위원회가 다시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외국인 통합 계좌를 도입하고 외환시장을 연장하는 등 일부 제도를 개선했지만 결국 관찰대상국 등재에도 실패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기획재정부가 다시 MSCI 선진 지수 편입 재추진을 공식화했고 홍남기 당시 부총리가 MSCI와의 면담을 통해 관찰대상국 등재를 요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방한한 페르난데즈 MSCI 회장은 "이전(문재인) 정부가 MSCI 선진 지수 편입 논의를 시작했고 현 정부 또는 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의미한 조치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MSCI 요구에 제도 개선 나선 정부

모건스탠리는 MSCI 선진 시장 편입을 위한 요건으로 경제발전 및 안정성,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시장 접근성 기준 등 3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경제발전 및 안정성과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기준으로 우리 시장이 충족하고 있지만 시장 접근성 기준이 미흡하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지적이다.

세부 항목으로는 역외 원화외환시장 부재, 투자자 등록 의무화 및 제출 서류 과다, 공매도 제도의 정상화 스케줄 부재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 외환시장 자유화와 외국인 투자자 의무등록제도 개선 등을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이에 정부도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 정부는 외환시장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은행 간 외환시장의 거래 마감시간을 현재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로 확대 운영하고 비거주자의 국내 은행 간 시장에 대한 직접 참여 허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 등록 제도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6년 단일 외국인 통합계좌를 도입하고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더딘 진행, 가입은 2025년 이후에나 기대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MSCI 선진 시장 가입은 사실상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김동영 퀀트 애널리스트는 "선진 지수 편입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가 여러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구체적인 액션이 나온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MSCI 평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외환시장 자율화와 외국인 등록제도인데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사실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특히 외환시장과 관련해 선진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정책 우선 순위가 환율 변동성 완화 및 외환시장 안정에 두고 있다"면서 "외환위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수준의 외환시장 체계를 갖추고 원화가 국제통화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2021년 정치권에서 MSCI 선진 지수 가입을 위한 제도 개선을 주장한 것은 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이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다시 관찰대상국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찾기 힘들다"면서 "사실상 MSCI 선진 지수 편입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 시장 가입은 3차례뿐

NH투자증권에 따르면 MSCI에서 국가를 재분류한 사례는 총 28건에 불과하다.
특히 이중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편입한 국가는 1997년 포르투갈, 2001년 그리스, 2010년 이스라엘 등 단 3개국에 불과하다. 2013년 그리스가 다시 신흥시장으로 재분류된 것을 고려하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승격하고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포르투갈과 이스라엘 두 국가뿐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워치리스트 편입에 이어 2024년 DM 지수에 편입되면 네 번째 국가가 되는 것이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경제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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