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마저 떠난 구미 '산업심장' 식어간다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4 18:12

수정 2022.12.14 18:12

삼성물산 공장 66년만에 문닫아
대기업 잇따라 철수하며 직격탄
인구 41만명 붕괴… 실업률 1위
반도체 특화단지로 반전 안간힘
삼성마저 떠난 구미 '산업심장' 식어간다
한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을 담당해 온 '산업 심장' 구미가 잇따른 대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산단)에 위치한 삼성물산 직물공장이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신인 제일모직은 66년 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세번째로 설립한 회사다. 앞서 지난 2020년 LG전자가 구미의 TV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한화 구미사업장도 충북 보은으로 이전한다.

■삼성·LG·한화 脫구미 행렬 동참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북 구미시 구미산단에 위치한 삼성물산 직물공장은 11월 말 모든 절차를 마무리짓고 문을 닫았다. 구미공장의 직물사업은 아웃소싱(외부 위탁생산)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SDI 공장 부지를 임차해 운영 중인데 누적 적자가 늘어나 직물사업 자체를 종료한다"면서 "기존 구미공장 직원들은 서울 본사나 부천물류센터로 이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직물사업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고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56년 직물공장을 설립해 남성복 브랜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국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입원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80여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인건비 등을 고려해 결국 가장 값싼 원가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올해 칩스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과감한 친기업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의 해외투자 발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구미산단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 1위·인구 41만 선 붕괴

이로 인해 구미시의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5월 말 기준 구미시 인구는 40만9679명으로 41만명 선이 무너졌다. 2011년 9월 말(41만1106명) 인구가 41만명을 넘어선 지 10년8개월 만이다. 구미산단 내 근로자 수도 경기불황이 시작된 2016년 10만명 선이 무너진 이후 지난해(8만2900명)까지 줄어 6년 새 근로자 1만9340명이 구미를 떠났다.

올해 상반기 구미 실업률(4.3%)도 전국 77개 시 지역 평균 실업률(2.8%)보다 1.5%p 높았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이탈은 협력업체의 생존을 결정짓는다"면서 "낮은 인건비와 글로벌 수출거점 확보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을 붙잡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반도체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최근 '경북 반도체산업 초격차 육성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관련 투자 및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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