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긴장한 딸 끌어안고 격려한 엄마 "시험 마치면 함께 여행 가고 싶어" [현장르포]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7 18:12

수정 2022.11.17 18:12

수능 시험장의 아침
수능 한파 없어 가벼운 복장으로
응원 피켓 든 초등생 "수능 부셔"
경찰관에 수능시계 살 곳 묻기도
"어제 긴장해서 잠도 잘 못 잤어요."

수험생 최민희양(18)은 떨리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이같이 말했다. 딸을 배웅 나온 어머니 김모씨는 "셋째 딸이라, 처음 자식들이 수능 치를 때보다는 덤덤해졌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제13지구 제14시험장 앞, 김씨는 시험장에 들어서는 최양을 안았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기 위해 이날 오전 전국 1300여개 시험장에 51만 수험생이 도착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3번째로 치러지는 수능이다.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나 작년과 달리 칸막이는 점심 시간에만 설치된다.
교육부가 수능 응원전을 금지해 시끌벅적한 응원가는 들을 수 없었다.

'수능 한파'도 올해는 비켜갔다. 서울 오전 7시 기준 6.2도로 쌀쌀한 날씨에 수험생들은 플리스 재킷이나 후드 집업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간간이 패딩 점퍼나 머플러를 두른 채 안경에 김이 서린 수험생도 볼 수 있었다.

딸을 배웅하고 차로 돌아가던 최윤정씨(45)는 "딸이 시험 끝나고 여행을 제일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될 무렵인 2020년에 입학했다. 수학여행은 물론 학교생활의 절반가량을 등교하지 못했다. 최씨는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에게 "잘했다, 끝났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오전 7시40분께 남자친구 정모씨(19)와 함께 시험장에 도착한 현모양(18)은 "수능시계를 안 가져와서 큰일 났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장 앞에서 교통통제를 하던 경찰관에게 수능시계를 살 곳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씨는 여자친구 배웅을 위해 아침 6시50분께 근처에 도착해 도시락으로 김밥을 샀다.

한편 여의도여고 교문 앞에는 3명의 초등학생이 '수능 화이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수능 부셔"라는 응원문구를 외쳤다. 배윤진양, 유지아양, 김지수양은 인근에 있는 여의도초등학교 5학년이다. 이들은 용돈을 모아 초콜릿 20개와 사탕 23개를 사서 교문에 들어서는 수험생에게 간식으로 나눠줬다. 유양은 "수능이 큰 시험이고 긴장이 많이 되니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전 8시께 수험생들의 발길이 뜸해질 무렵 뒤늦게 딸을 배웅한 40대 김모씨와 동생 중학생 김모군은 "수능 도시락으로 엄마가 베이컨 말이를 싸주셨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가 '마스크는 챙겼는지, KF94 맞는지, 늦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이들은 시험이 끝난 후 가족 외식을 계획하고 있다.


모든 수험생이 시험장에 들어선 오전 8시10분, 교문이 닫혔다. 뒤늦게 시험장에 도착한 수험생은 없었다.
수능 시험은 1교시 국어영역(08:40~10:00)을 시작으로 △2교시 수학(10:30∼12:10) △3교시 영어(13:10~14:20) △4교시 한국사·탐구(14:50∼16:37) △5교시 제2외국어·한문(17:05~17:45) 순으로 치러졌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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