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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김정은 브로맨스는 일방적, 미군 철수는 트럼프 무지 탓"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8 16:22

수정 2022.10.28 16:22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최종현 학술원 대담 참석
트럼프와 김정은의 브로맨스에 대해 "김정은은 아니었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대해 "트럼프가 집단방위 이해 못했기 때문"
볼턴 "북핵은 미중 대결에서 다뤄야, 韓은 中 견제 위해 집단 안보 참여해야"
미국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8일 최종현학술원이 공개한 특별 대담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캡쳐
미국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8일 최종현학술원이 공개한 특별 대담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캡쳐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 '브로맨스(남성 간 친근한 관계를 일컫는 신조어)'에 대해 트럼프의 ‘짝사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시도에 대해서도 집단방어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행위였다고 비난했다.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2018년 4월~2019년 9월 사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볼턴은 28일 최종현학술원이 공개한 특별 대담에 참석해 북핵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연설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실제로 브로맨스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정은은 아니었겠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볼턴은 “김정은은 아주 강인한 사람이고 북한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고 (2018년 6월)싱가포르와 (2019년 2월)하노이 회담에서 기대하던 성과도 있었을 텐데 생각대로 되지 않아 놀랐을 것이다”고 말했다.

볼턴은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한 회담에서 과거 다른 비핵화 회담처럼 경제 지원과 핵포기를 맞바꾸는 협상을 그대로 가져왔다며 “북한은 과거 30~40년간 행적만 봐도 핵무력 획득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포기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볼턴은 당시 트럼프가 북한과 협상에서 김정은과 먼저 접촉하는 하향식 접근법을 사용한 점에 대해 “접근법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쇼였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김정은을 직접 만난 최초의 대통령이 되길 원했고 군사분계선을 건넌 첫 미국 대통령이 되길 원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싱가포르 선언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하노이 정상회담의 준비과정에서 북·미간 상호교류는 미미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만남은 순전히 사진 찍기용 이벤트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남을 특별하게 여겼다는 흔적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미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자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했던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지난 18일 공개한 오디오북 인터뷰에는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이 엿보인다. 트럼프는 2019년 12월에 우드워드와 만난 자리에서 싱가포르 회담 전에 김정은과 공격적인 언사를 나눈 것이 그를 협상장에 끌어내기 위한 의도였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것은 어떤 이유로든 계획되긴 했다. 누가 알겠느냐, 본능적으로"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는 김정은과 DMZ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나와 그다. 이것이 군사분계선이다"라며 "그리고 나서 내가 그 선을 넘었다. 꽤 멋지지 않으냐?"라고 물었다.

볼턴은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가 2018년 전후로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하게 주장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해 “미 정치에서 일종의 돌연변이 혹은 이례적인 인물이며 정책과 철학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는 그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볼턴은 “트럼프가 한국이나 독일 등 곳곳에서 미군 철수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집단방위’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는 한국이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데 미국이 한국 방위에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연사로 나선 볼턴은 북한 문제를 미국과 중국의 대결에서 다뤄야 하며 한국이 북한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집단 방어체제에 들어가 중국과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바라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지만 거짓말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에게 북한은 위협적인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오히려 중국의 적대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여긴다”고 추정했다. 볼턴은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대만,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베트남 및 인도의 국경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무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외에도 일본, 인도, 호주, 미국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를 언급하며 한국도 쿼드에 가입하여 ‘퀸트(Quint)’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볼턴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최대 압박’ 정책을 적용하려 했으나 실제로 시행하지는 못했다면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사라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일조한 책임이 있다며 “북한의 핵문제를 미중 양자 관계의 중심에 두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볼턴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중국 역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중국이 잿더미가 된 대만을 얻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라며 실제 침공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긴장을 유발시켜 대만을 봉쇄한 뒤 실제 미국이 대만을 위해 나설지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볼턴은 대만과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함께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이 대만과 한국 등에 차례대로 손을 뻗쳐 개별적으로 흡수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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