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30만 동원령' 내린 러… 무기·헬멧도 없이 전장 끌려갈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2 18:02

수정 2022.09.22 18:02

길어지는 전쟁에 장비 손실 커
예비군 무장·훈련 고전 예고
러 반대시위 확산… 수백명 구속
"러시아 떠날 것" 항공편도 매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내렸지만 러시아군이 예비군들을 훈련시키고 무장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시민들의 부분 동원을 발표했으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예비군들이 전선에 투입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야포 앞에서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영국 런던의 전략분석 기관 시빌라인의 유럽 및 유라시아 전문가인 앨릭스 로드는 "러시아군이 신속하게 예비군 30만명을 효과적으로 전선에 배치할 만큼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그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상당한 장비 손실을 입어 현재도 우크라이나에 있는 병력을 무장시키는데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전쟁연구소는 이번주 공개한 보고서에서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과 우크라이나 군 정보 당국의 분석 결과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작전에 러시아군 전차가 상당수 손실되는 등 일부 부대는 전력의 50~90%를 잃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입은 누적된 피해까지 포함하면 장비 손실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개정보 웹사이트 오릭스는 사진과 동영상들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전차 1168대를 포함해 차량 6300대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오릭스에 기고하는 군사 전문가 야쿠브 야노프스키는 새로 동원될 러시아군 병력이 필요한 현대식 장비가 충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군에서 20년 복무한 경험이 있는 시빌라인 최고경영자(CEO) JT 크럼프는 러시아가 탄약 부족을 겪기 시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입된 군인들이 왜 우크라이나에 투입됐는지 참전 동기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 선포에도 우크라이나 상황을 전쟁이 아닌 특수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인들이 전쟁이라고 표현할 경우 처벌을 받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여기에 "갑자기 무기나 보호장비, 헬멧도 없는 상태에서 싸우게 될 판"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무기나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30만명을 전투에 투입하기 위한 훈련 시설이나 장교가 없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분석 기관 시빌라인은 러시아가 예비군을 모집해 훈련시킨 후 투입에 최소 3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이럴 경우 훈련과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의 혹독한 겨울로 인해 이들이 전투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군 동원령 발표 이후 러시아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많게는 시민들 수백명이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구속됐다고 BBC가 보도했다. 러시아 인권 단체 OVD-인포는 1300명 이상이 구속됐으며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붙잡혔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검찰당국은 시위하는 시민들은 최고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늘면서 항공편이 매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모스크바에서 터키 이스탄불이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가는 편도 이코노미석 항공권 가격이 9200유로(약 13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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