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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Turn on the LP...레트로와 함께 돌아온 명반들 [Weekend 컬처]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2 04:00

수정 2021.03.12 04:00

‘LP의 부활’ 복고열풍·소장가치 재평가
비틀즈·핑크 플로이드·퀸·너바나 등
희대의 아티스트 중심으로 판매 불티
국내선 인기 아이돌 굿즈로 부상
2030 스마트 세대가 소비 이끌어
흥행 따라 소프라노 조수미 ‘Only Love’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reminds 조동진’
패닉 1집 ‘Panic’ 이달 LP로 재발매
다시, Turn on the LP...레트로와 함께 돌아온 명반들 [Weekend 컬처]
음원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로 음악을 듣는 시대, 멸종 위기에 처했던 LP(바이닐) 판매량이 영미권을 중심으로 증가세다. 국내에서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2020년 국내 LP 판매량 증가를 주도한 가운데 3월, 음악팬들을 설레게 할 명반들이 선보인다. 지난 3일 국내 클래식 음반 사상 최초로 1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운 소프라노 조수미의 'Only Love'가 무려 20여년만에 LP로 발매됐다. 10일에는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 편에 출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장필순의 'reminds 조동진'이 출시됐다. 마니아층을 거느린 패닉의 1집 'Panic'은 오는 24일 LP로 최초 출시될 예정이다.

■LP시장 영미권 중심으로 성장세

지난 1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의 'LP 컴백이 계속된다'는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LP 판매량은 15년 연속 성장했다.
MRC데이터·닐슨뮤직·빌보드 수치를 분석한 결과, 2020년 미국에선 2750만장의 LP가 판매됐다. 이는 LP의 컴백이 시작된 2006년과 비교하면 무려 30배나 증가한 수치다. 2020년 상반기에는 무려 34년만에 LP가 CD보다 많이 팔린 특이한 해로 기록됐다. 미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LP는 2억3210만달러의 판매치를 기록하며 CD(1억2990만달러)의 2배에 육박했다.

미국에서 LP의 부활은 주로 LP시대의 아티스트에 의해 주도됐다. 스타티스타는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LP 중 5개는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 창립자이자 CEO인 다니엘 에크(1983년생)가 태어나기 전에 출시된 음반"이라고 분석했다. 2010~2019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LP 순위(닐슨뮤직 기준)를 살펴보면 1위가 비틀즈의 '애비 로드'(1969년)이고 2위가 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1973년)이다. 3위는 영화 '가이언즈 오브 더 갤럭시'(2014년) OST. 1970~1980년대 올드팝 12곡을 담은 이 음반은 발매 직후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밥 말리의 '레전드'(1984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백 투 블랙'(2006년),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1982년), 비틀즈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1967년) 등이 뒤를 이었다.

영국 청소년(8~14세)의 4%가 LP로 음악을 듣는다는 통계조사 결과(스타티스타, 2020년)도 나왔다. '무엇으로 음악을 듣는가'라는 질문에 조사 참가들은 휴대폰, 태블릿, 라디오 등을 중복 응답했다. 조사 결과 휴대폰(63%)이 가장 많고 LP의 비중이 가장 낮았지만 부모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LP를 지금의 청소년이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LP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다.

■높은 소장가치와 레트로 열풍으로 국내서도 인기

국내에서도 최근 3년간 LP 판매량이 증가했다.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2020년 LP 판매는 2019년 대비 73.1% 늘었다. 특히 가요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팝(53.1%)과 클래식(8.8%)에 비해 가요는 2019년 대비 262.4% 급증했다. 백예린, 크러쉬, 이적, 김동률 등이 새 음반과 함께 LP를 발매했고, 이소라, 김윤아 등의 과거 명반들도 LP로 제작됐다. 신승훈의 30주년 기념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는 예약판매 하루만에 완판됐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가장 반응이 좋았던 LP로 지드래곤의 '쿠데타'(2014년)와 블랙핑크의 '디앨범'(2020년)을 꼽으며 "각각 8888장과 1만8888만장 한정수량으로 발매한 두 장의 LP는 예약판매 당일 모두 매진됐다"고 말했다. "소장 가치를 중시하는 음악팬과 아날로그적인 음질과 느낌을 좋아하는 소속 아티스트의 니즈에 발맞춰 LP를 발매했다"며 "수록곡은 CD와 같지만 고음질로 리마스터링한 음원과 CD보다 다양한 구성품으로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ON' '다이너마이트' '라이프 고즈 온'을 LP로 발매했다. 10일 현재 예스24의 인기 LP 순위를 보면 블랙핑크 로제의 첫 솔로 앨범 'R'이 1위에 올라 있다. 이어 태연의 미니앨범 4집, 영화 '미나리' OST 등이 순위에 올랐다. 중고 LP시장에선 2014년 발매된 아이유의 '꽃갈피'가 이목을 끈다. 현재 호가가 200만원으로 발매 당시보다 50배나 올랐다.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실물 앨범 판매가 줄고 있어 LP의 성장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CD보다 소장가치가 높고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LP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또한 "특히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공연장을 못간 음악팬들이 보복소비 형태로 실물 앨범을 많이 구매했다. 해외에선 퀸, 너바나 등 명반 위주로 LP 판매량이 많다면, 국내에선 인기 가수의 굿즈 개념에 가깝다"고 비교했다. 2030세대가 LP의 새로운 소비자로 부상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예스24 LP 담당 MD는 "가요 LP의 주요 구매층은 MZ세대인 2030대로, 특히 30대가 31.7%로 20대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LP 제작 브랜드 마장뮤직앤픽처스의 하종욱 대표는 "최근 1~2년 사이 LP시장이 최소 5배 이상 성장했다"며 "업계에서는 2020년을 LP 부활 원년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이 오히려 같은 디지털 매체인 CD의 퇴보를 낳았고, 이 간극 사이에서 소유와 경험, 접촉이라는 물리적 과정을 통한 음악 듣기의 자리에 LP의 가치가 재인식된 것이 (부활의) 가장 큰 이유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LP 소비의 주소비층이 미국과 유럽처럼 LP를 처음 접하는 새로운 세대, 즉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스마트 세대라는 점이 주목된다"며 "불편한 조작을 해야 하고, 신기한 잡음이 깔려 있고, 이렇게 유난스러운 조건과 예의를 갖춰야만 소리를 내어주는 까칠한 재생 수단은 미래의 음악 소비자에게 가장 '쿨'하고 '핫'하고 '힙'한 것이 됐다"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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