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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보상비, 상품권으로 준다는 정부… 술렁이는 공직사회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0 16:46

수정 2020.12.20 17:57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
현금 대신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 일자
정부 "개인별 동의 얻은 후 지급
노조 등과 논의할 사항 아니다"
지난 9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공무원 연가보상비 일부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조기 지급키로 해 세종시 공무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조치와 관련,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전혀 사전에 이야기 들은 적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개인별 동의를 전제로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상반기에 긴급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당시에도 벌어졌던 논란이 재연되는 형국이다.

20일 기재부에 따르면 2021년 경제정책방향 중 내수경기 진작을 위한 소비회복여건 조성 일환으로 해당 정책이 포함됐다.
정부는 연가보상비 선지급을 신청한 공무원에 한해 3월 이내 동의를 거쳐 4월부터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공무원 연가보상비는 사용하지 않은 연가를 급여로 보상하는 제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7월 중 현금으로 지급하게 돼있다. 소비 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차원에서 운영돼왔다.

이번 정책 역시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내수 경기,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포함됐다. 그러나 정작 상품권으로 급여의 일부를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한 국가직 공무원은 "이번 연도에 코로나19 등으로 연차를 다 쓰기 어려울 정도로 바빴는데, 내년엔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기업에서 상품권을 보수의 일부로 주면 법 위반으로 알지만, 공무원들은 눈치상 선지급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도 이와 관련해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사기업에서 수당 등을 상품권으로 지급할 경우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임금은 현금으로 주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 복무규정에서 따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

기재부도 개인별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은 보수나 수당 등으로 지급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단위로 쓸 수 있고 현금에 가깝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개인별 동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노조 등과 논의할 사항 역시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재부와 인사혁신처 등 담당부처는 어떻게 동의를 얻을지에 대해서 아직 논의 중이다. 온누리 상품권 선지급에 대한 일괄 동의를 물어볼 수도 있고, 선지급을 받겠다고 신청한 공무원에 한해서만 동의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일괄적으로 동의를 물어보게 된다면 연차가 높은 고위직일수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배제할수 없다.

공무원 연가보상비와 관련해서는 지난 상반기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지난 상반기 정부가 긴급 재난지원금 재원의 일부를 공무원 연가보상비로 충당하면서 국가직 공무원의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논란이 된 상황에서 불만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상반기 연가보상비 삭감도 정부와 노동자의 공식적인 교섭으로 합의한 사항임에도 노조와 어떤 협의도 없이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했다"며 "이번 대책도 당연히 논의가 된 다음에 발표해야 할 사항이지만 기재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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