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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파이브아이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7 17:02

수정 2020.05.27 17:02

전설적인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은 간첩이고, 평화주의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테러주의자인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운동에 앞장섰던 비틀스 리더 존 레논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도·감청 대상이었다. 첩보영화가 아니다. 요즘 미·중 패권전쟁의 한가운데서 주목받고 있는 첩보연합체 '파이브아이즈'(Five Eyes·FVEY)가 사찰한 주요 인사들이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어권 5개국의 각 정보기관으로 구성됐다. 일종의 기밀정보 동맹체다. 출발은 투아이즈였다.
1946년 미국과 영국이 냉전을 거치면서 소련과 동구권의 통신을 도·감청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다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합류했다. 주 임무는 에셜론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의 사적 통신망 수십억개를 감시, 도·감청 등 기밀정보를 교환환다.

실체는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컴퓨터 기술자인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의 기밀 폭로에 의해 드러났다. 미국은 파이브아이를 중국 견제수단으로 활용한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의 해외 인프라 투자건설 프로젝트)나 화웨이 장비 수입금지정책에 동원한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참여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검토 중인 호주에 경고장을 날렸다.

호주는 중국으로부터 통상압박까지 받고 있다. 중국이 호주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유는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에서 미국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호주산 쇠고기의 3분의 1이 중국에 수출되고 있어 호주 축산업계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은 또 이달부터 호주에서 수입하는 보리에 반덤핑 및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호주의 곡물과 축산분야에 대한 경제적 보복조치다. 중국이 우리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경제적 보복조치로 내린 한한령을 연상시킨다.
지금 호주는 안보에선 미국, 통상에선 중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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