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과감한 신사업·전문경영인 체제…'이재용식 해법' 내놨다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8:07

수정 2020.05.06 18:0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넘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필적할 만한 삼성의 뉴경영을 선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요구한 수준을 넘어 경영승계 중단 등 파격적인 내용을 상당부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 등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삼성을 지향하고, 최고 수준의 경영을 언급하는 등 사실상 '뉴삼성 선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경영승계 중단을 시사한 것은 아버지-자식으로 이어지는 뿌리 깊은 한국의 승계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초대형 이슈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뉴삼성' 선언

이재용 부회장은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인재 영입을 위기 속 해법으로 내세우며 '뉴삼성'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여분간 대국민 사과 발표를 하며 3차례 이상 위기라는 단어를 반복해가며 썼다. 삼성의 총수로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위기를 우려하면서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제시했다. 삼성만의 신기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면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를 선두로 바이오, 디스플레이, 전장, 인공지능(AI) 등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 계열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 전반에서 투자를 늘리는 등 경쟁사와의 초격차 유지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또 인재 영입을 통한 전문경영인 도입을 위기타개의 대안으로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가족 간 승계에 마침표를 찍으면서도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대부터 3대째 이어져온 가족경영을 끝내는 것을 선포한 동시에 전문경영인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류기업인 삼성이 더이상 가족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서 "경영위기를 강조한 만큼, 유능한 경영진들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책임 넘어 '사회를 윤택하게'

이 부회장은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삼성전자를 통해) 이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다.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면서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임직원들의 지역 사회 봉사와 코로나19 사태 당시 구호물품 기부, 벤처기업 기술 지원 등 수많은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활동의 폭을 더욱 넓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날 대국민 사과 발표를 보면 삼성이 놓인 미래 위기와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면서도 "삼성이 놓인 불확실성을 해소할 가장 근본적인 처방법을 제시했고, 삼성에 적용되는 엄격한 사회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익적 활동을 강화하는 안을 제시하는 등 고심한 것 같다"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