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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무노조 삼성 없다"… 신경영 의지 담은 ‘파격사과’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8:05

수정 2020.05.06 18:05

"더이상 무노조 삼성 없다"… 신경영 의지 담은 ‘파격사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에서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경영권 승계 논란 종식과 함께 건전한 노사문화 정립과 준법경영 강화를 약속했다. 예상보다 충실한 답변을 제시한 데다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반성을 넘어 새로운 경영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권 승계 논란 종식

이 부회장은 6일 대국민 사과문에서 삼성의 가장 큰 현안인 경영권 승계와 관련,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 면피용 결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오너가의 경영승계에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승계 문제와 관련된 뇌물혐의 재판과 논란을 직접 언급하면서 준법과 윤리적 책임 실천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약속했다. 경영권 승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며 한 차원 높은 삼성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부회장은 자신의 역할 수행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경영행보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해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자 사명이라며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전한 노사문화 정립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지적한 노사문화 개선과 관련, 고개를 숙이며 변화를 다짐했다. 삼성만의 독특한 문화로 인식됐던 '무노조 경영' 포기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 포기 방침을 재확인하기 앞서 후진적인 노조문화에 대한 비판도 수용했다. 그는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

이 부회장은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서 '삼성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만들겠다며 강한 실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면서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고,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존속과 독립적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투명경영 행보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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