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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삼성준법위, 속도조절 필요하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9 17:43

수정 2020.04.09 17:43

[현장클릭] 삼성준법위, 속도조절 필요하다
출범 두 달을 넘어선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측에 요구한 3대 권고안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삼성준법위는 수 차례 회의 끝에 지난 달 11일 경영권 승계, 노동 문제, 시민사회 소통이라는 세 가지 의제를 선정, 개선방안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7개 삼성 계열사에 권고했다.

권고안을 요약하면 경영권 승계와 노조 와해 의혹 등 삼성과 관련된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발표하라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신뢰 회복 방안도 이 부회장과 삼성이 고민해 공표할 것도 포함됐다. 삼성준법위는 이들 세 가지 의제를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준법위는 권고안에 대해 이달 10일까지 삼성에 답변 시한을 줬다.
그러나, 삼성은 한 달의 시간동안 답을 찾지 못했다. 사실, 권고안 자체가 삼성이 전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라는 시각들이 많았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는 권고안에 대한 답변을 논의하면서 적잖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성역없는 준법감시'를 천명한 준법위의 권고안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론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경영승계 현안만 해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게 삼성의 처지다. 삼성바이오 수사도 진행중이다. 한 법학교수는 "재판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 카메라 앞에서 경영승계 관련 사과와 방지책을 발표하는 건 진행중인 재판과 수사에 또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재판 종결 직후 권고안이 나왔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준법위의 '말 바꾸기식' 행보도 아쉽다. 김지형 삼성준법위 위원장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출범 이후 사안들을 준법 감시 대상으로 삼는 게 기본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준법위는 3대 권고안을 비롯해 '과거청산식' 삼성의 개혁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5일 3차 회의 때는 준법위 활동이 이 부회장 재판의 '양형용'이라는 일부 시각을 두고 "위원회는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의 진행 등 여하한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위원회 본연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내놓은 권고안 말미에 이런 시각을 불식시킬 방안까지 삼성에서 마련하라는 과제도 던졌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위기상황 등으로 삼성의 숙제시한은 한 달 뒤로 늦춰졌다.
그래도 삼성이 준법위의 '개혁 속도'를 맞추기에는 빠듯해 보인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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