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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뭇매 맞은 배민‥ 결국 "수수료 절반 돌려주겠다"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6 18:08

수정 2020.04.06 21:43

광고료 대신 매출 수수료 도입에
외식업 소상공인 의식한 듯
민주당 "적극 대응하겠다" 엄포
이재명, 공공앱 개발계획 밝혀
배민 "힘든상황 못 헤아려" 사과
일부 '정치권의 몰이해' 비판도
배달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0여일 앞둔 정치권의 뭇매 속에 고개를 숙였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배달의민족을 코너로 몰자 대표가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달 오픈서비스 수수료 절반을 되돌려주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지난해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이른바 '깃발꽂기'를 해결하는 신규 수수료 개편방안 '오픈서비스'를 적용한 지 6일 만이다.

배달의민족은 즉시 오픈서비스 개선방안, 보완방안도 찾겠다고 약속하며 외식업 소상공인에게 거듭 사과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벤처강국을 '총선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집권여당이 플랫폼 경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정치권 엄포에 배민 "죄송하다"

6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이 수수료 개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배달의민족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가 시작되는가보다"면서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다음날 이 지사는 공공 배달앱 개발 계획을 밝혔고, 이날 관련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배달의민족의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공개적으로 엄포를 놨다. 김진표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책본부회의에서 "당은 배달의민족의 잘못된 수수료 부과 체계와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배달의민족을 '정조준'했다. 민주당은 특별법을 검토하는가하면 음식 주문을 할 때 업소 전화번호로 직접 하라고 불매 운동을 직접 권했다.

총선을 10여일 앞둔 정치권이 외식업 소상공인 편에서 배달의민족을 겨냥하자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서둘러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이 코로나19로 외식업주가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가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하며 큰 혼란과 부담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성난 외식업 소상공인의 마음을 달래기위해 수 차례 사과를 거듭했다.

■속끓는 스타트업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부터 월 8만8000원의 정액 광고료 '울트라콜' 대신 주문건 당 5.8%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는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배달의민족이 오픈서비스 내용과 도입을 알린 시점은 지난해 12월 2일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정치권이 울트라콜의 '깃발 꽂기'를 문제삼자 배달의민족이 '대안'으로 내놓은 수수료 정책 개편안이 바로 오픈서비스다. 일부 대형 업체들이 여러 지역에 노출이 가능한 울트라콜을 수십 개씩 등록해 상호를 반복 노출하면서 영세업주의 노출이 한없이 밀리는 '깃발 꽂기'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내놨다. 이제 오픈서비스가 최상단에 노출되고 울트라콜은 하단으로 밀린다.

소상공인연합회과 외식업 소상공인은 오픈서비스가 배달의민족이 매출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입점 업주의 52.8%가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바람직한' 수수료 개편 방안이라는 점을 호소했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시점'을 고려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표심을 노리는 정치권 성난 파고 앞에서 이달 오픈서비스 수수료의 절반을 되돌려주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이를 지켜보는 스타트업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타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에서 나서서 한 기업의 불매운동을 하는데 1호 공약은 벤처공약"이라면서 "배달의민족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기업인데 이래서야 어떤 협력과 상생을 할 수 있을지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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