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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팩트체크] 'n번방 원포인트 국회' 의원 290명 중 14명만 동의?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4 09:00

수정 2020.04.04 09:00

반대는 0건... 일부 확인 안 된 경우도
선거 직전 설문 공표에 '부적절' 불만 속출
[파이낸셜뉴스] n번방 근절 위한 원포인트 국회 소집요청에 국회의원 290명 중 단 14명만 동의했다?

지난달 말 국회의원 대부분이 n번방 근절을 위한 국회 소집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정의당 청년선거대책본부(본부장 장혜영)가 전체 국회의원실을 돌며 ‘총선 전 원포인트 국회 소집요청’에 대한 동의를 구했는데 단 14명의 의원만이 서명했다는 내용이다.

적지 않은 언론이 이를 보도했고, 동의한 의원 및 정당 등을 그대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정의당은 전체 의원이 동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 정당에선 서명한 의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n번방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는 대다수 국회의원이 국민의 요구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선거준비에만 열을 올린다는 인상을 줬다.

그렇다면 이 보도는 과연 사실이었을까.

정의당 청년본부는 국회의원 전원의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총선 전 제정 동의 현황’을 파악해 공개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회의원 290명 가운데 14명이 동의했고 276명이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거부는 단 한 명도 없다. 정의당 제공.
정의당 청년본부는 국회의원 전원의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총선 전 제정 동의 현황’을 파악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회의원 290명 가운데 14명이 동의했고 276명이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거부는 단 한 명도 없다. 정의당 제공.

해당 설문은 지난 25일부터 정의당 청년본부 주도로 이뤄졌다. 청년본부 구성원들이 전체 의원실을 찾아 서명을 받았으며, 의원실에서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전화와 메일 등을 통해 답을 구했다. 이들은 방문하기 전에도 의원실에 메일을 보내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한다.

정의당은 이렇게 얻은 국회의원 전원의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총선 전 제정 동의 현황’을 파악해 온라인 상에 그대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으로 국회의원 290명 가운데 14명이 동의했고 276명이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거부는 단 한 명도 없다.

왜 거부가 없을까. 답은 분명하다. 설문을 진행한 시기가 3월 말로 대부분의 의원이 선거준비에 분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본부가 찾은 의원실 가운데 상당수가 문이 닫혀 있거나 의원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몇몇 의원실에 문의한 결과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한 의원 보좌관은 “그것 참 웃긴 얘기”라며 “지역구 갔다가 잠깐 들렀는데 책상에 종이가 그냥 올려져 있더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법을 제정하는데도 절차와 순서가 있는데 그걸 선거전 하루 동안 하겠다는 자체가 보여주기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의원실마다 전달받은 방식에 대해서도 답이 달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메일로 왔다고는 하는데 지금 다들 지역구에 내려가 있고 이런 문제에 동의할지를 따져볼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며 “마치 n번방 자체에 관심을 갖는 걸 거부한 것처럼 발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창인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의원실을 다 돌았고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분들에겐 메일을 돌렸다”며 “반송되거나 하면 직접 전화도 드렸는데 10%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대변인은 “메일을 읽었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는데 적어도 다 전달은 했다”고 덧붙였다.

메일을 확인하지 못했거나 선거 준비 등으로 숙고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의원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단 14명의 의원만이 동의했다는 내용을 강조해 발표한 데는 비판점이 적지 않다. 정의당 의원 전원이 동의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다른 의원들의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진다.

n번방뿐 아니라 시급한 현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 n번방에 대해서만 선거 직전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는 점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코로나 국면이 아니었으면 집회가 일어나도 크게 일어났을 만한 사안이고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었을 문제”라며 “전례가 없었을지는 몰라도 여야 의견이 맞으면 빠르게 처리된 사안이 많다고 아는데, (n번방 문제가) 지금 선거보다는 중요하지 않을까”하고 말했다.

한편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총선 전 제정 동의 현황은 지난달 30일까지만 업데이트돼 공개된 상태다.
기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 14명의 의원이 서명했으며 답신하지 않은 의원은 276명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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