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초등생 성폭행하고 소년법 적용받은 고교생…어떻게 봐야? [리뷰Law]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30 13:31

수정 2020.03.30 13:31

"가해 학생 A군 처벌하라" 국민청원 30만명 넘겨
"소년범 개화하려는 노력 포기해서는 안 돼" 목소리도
[편집자 주] '리뷰Law'는 변호사의 리뷰로 사건을 뜯어보는 코너입니다. 법률사무소 '창림'의 송창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제 어린 딸을 성폭행한 고교생… 소년법 적용이 마땅한 처분입니까?"
피해자의 모친이 울분을 토했다.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뒤 사진을 찍어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고 돈까지 뜯어낸 고등학생 A군이 소년법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모친은 A군을 엄벌에 처해달라며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관련 청원은 30일 기준 동의자 30만명을 넘어섰다.


당초 검찰은 A군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최단 5년, 최장 7년의 징역형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등 이유로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넘겼다.

결과는 '보호처분'이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가정법원은 미성년자 강제 추행 및 강간, 공갈, 협박 등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 A군에게 지난 27일 보호 처분을 내렸다.

보호처분은 법적인 처벌을 의미하지 않는다. 취지 자체가 소년을 보호관찰해 교화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 탓에 최대 2년간 소년원에 넘겨질 뿐, 전과도 남지 않고 신상 공개나 취업 제한 등의 불이익도 없다.

성인이었다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형사처벌 받는 사례도 있지만…
미성년자라고 해서 '절대로'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소년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소년부에서 심리한 결과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이 발견된 경우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관할 지방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 검사에게 송치결정을 할 수 있다.

혐의는 다르지만 지난 2018년 11월 또래 고교생을 노래방과 관악산에서 집단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 고교생 9명 중 7명이 실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 가해 학생들 가운데 주동자인 B양(14)은 장기 7년·단기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다. 90%가 넘는 대부분의 소년범이 소년법을 받는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통설이다. 청소년을 수용하는 소년교도소가 전국에 단 1곳 밖에 없다는 점은 형사처벌을 받는 청소년이 얼마나 적은지를 나타내는 단적인 예시다.

송창석 변호사에 따르면 다른 강력 범죄에 비해 성폭행을 저지른 소년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낮다. 형사체계상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신체나 생명이 아닌 '성적 자기 결정권'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강간죄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반면 강도나 살인 등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어서 보호법익이 생명과 관련한다.

송 변호사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이 신체나 생명에 대한 보호법익보다 무겁기는 어렵다"라며 "다른 강력 범죄에 비해 강간의 처벌이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창림'의 송창석 변호사
법률사무소 '창림'의 송창석 변호사

■"청소년 범죄 심각하지만 처벌은 신중해야"
소년법을 둘러싼 논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청소년이 저지른 강력범죄가 이슈화되면서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군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동의자 30만명을 돌파한 것은 여론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두고 이견은 많지 않다. 다만 처벌은 신중해야 한다는 시선이 여전하다.

송 변호사는 "소년법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청소년 범죄가 지능화되면서 소년범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대부분의 청소년이 가정에서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며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해당 범죄의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만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는 책임을 분담해야 하고 형사처벌은 신중해야 한다"며 "현재 소년원 등 보호시설에서도 소년범을 개화시키려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엄벌에 처하기에 앞서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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