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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바꿔 혁신의 싹 잘라낸 국회,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 [혁신, 정치가 멈춰세웠다]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5 18:05

수정 2020.03.15 18:05

1. 타다
우버-풀러스-카카오모빌리티-타다까지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 모두 '벽'에 막혀
표만 의식해선 제2, 제3 타다 비극 계속 나와
"한국 정치는 4류, 관료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지난 1995년 4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날린 사이다성 발언이다. 일명 '베이징 발언'. 당시 정치권과 정부가 규제혁신에 미진한 데 따른 이 회장의 직격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정치인들은 미래성장을 위한 혁신의 발목을 잡고,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본지는 4·15 총선을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겉으로는 혁신을 외치면서 표만 의식하는 정치권의 '4류 행태'를 5회에 걸쳐서 기획 시리즈로 짚어본다.
법령 바꿔 혁신의 싹 잘라낸 국회,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 [혁신, 정치가 멈춰세웠다]


타다가 대단한 혁신은 아니다. 하지만 '타다 정도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가 과연 혁신을 감당할 수 있겠나. 이는 여야 막론한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지만 집권여당 잘못이 더 크다."(조신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렌터카 기반 11인승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를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선거를 앞둔 국회가 모빌리티 잔혹사에 앞장서 국내 모빌리티 2위 기업의 싹을 잘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3년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시작된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 업계의 갈등은 '우버→풀러스→카카오모빌리티→타다'를 거치는 동안 닮은꼴처럼 반복됐다. 모빌리티 기업이 서비스를 내면 택시 업계는 반대 시위를 열었다. 검찰은 기소하고 정부가 뒷짐을 지는 동안 국회는 법을 뜯어고쳐서라도 택시 업계의 손을 들었다. 국회는 지난 6일 우버금지법(2015), 카풀제한법(2019)에 이어 타다금지법까지 통과시키자 "정치가 혁신을 죽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신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은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혁신은 많은 경우 기존 질서와 충돌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조정이 중요하다"면서 "이처럼 사회적 갈등 조정능력이 없는 체계에서 어떻게 혁신을 기대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조 전 수석은 "타다가 임팩트가 커서가 아니라 이번 의사정책결정 과정이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혁신 아이디어를 내서 돌파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정부와 정치가 힘을 합쳐 보여준 사례"라면서 "국토교통부의 무책임과 정치권 눈치 보기는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다는 기존 법령하에서 시작해 합법적 렌터카 서비스라고 법원에서 판결했는데 이번 타다금지법은 기존 법령을 바꿔 불법화했고 △이는 정책결정권자가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불확실성을 일으켜 혁신 주체가 혁신을 도모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문제를 정리했다.

특히 조 전 수석은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면서 "정치가 합리적인 토론은 없고 오로지 표밖에 보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시끄럽게 떠드는 이익집단에 포획되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타다금지법이라는 프레임이 붙게 된 '독소조항' 여객운수법 34조 2항을 발의한 것은 집권여당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34조 2항은 시행령 18조 1항을 '대여시간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나 반납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고친 것이다. 타다베이직 운행을 막는 법인데, 국토부는 이 34조 2항을 반대하지 않았다.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국토부가 만든 수정안에서도 34조 2항은 빠지지 않았다. 타다를 적대시하는 택시 업계를 설득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타다혁신법"이라고 주장하지만 타다는 1년 6개월 뒤 불법이 될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타다를 탄생시킨 기획자이자 모회사 이재웅 쏘카 대표는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지난 13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타다금지법 처리로 정치가 국내 모빌리티 2위 사업자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안타까움이 나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모인 시장은 카헤일링(차량호출)으로 모빌리티 산업이 가장 유망하다"면서 "대한민국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이 들어온 스타트업 중 살아남은 이는 누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26년에 로보택시가 나온다고 하고 시장은 그쪽으로 간다"면서 "로보택시가 대세가 됐을 때 '이동의 주권', 즉 모빌리티 플랫폼 주권으로 벽을 쌓으려면 시가총액이 높아야 하는데 한국은 잘 크고 있는 2위 업체를 밟아버렸다"고 했다.

그는 "자율주행시대가 열리면 지금 택시, 자가용, 렌터카의 구분이 다 없어진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타다금지법 통과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동남아 모빌리티 강자인 그랩의 누적투자금은 약 12조582억원에 달한다. 그랩은 지난 2월 일본 미쓰비시 UFJ파이낸셜그룹에서 약 1조300억원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금융서비스 확대 계획을 알렸다.
우버도 지난해 4월 상장 전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247억달러(약 30조845억원)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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