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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재택근무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6 17:41

수정 2020.02.26 17:41

"사람이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일을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다." 국내에선 재택근무·원격근무로 부르는 '텔레워크(telework)'를 영국 텔레워킹협회는 이렇게 정의한다. '멀리서(tele)' '일한다 (work)'는 것은 일터보다 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텔레워크를 처음 사용한 이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미래연구센터 잭 닐스 연구원이다. 그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새로운 노동방식으로 이를 소개하면서 세상에 널리 퍼졌다. 1980년에 나온 그의 대표작 '제3의 물결'에 이 개념이 나온다.
토플러는 누구라도 정보화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그곳을 '전자 오두막(Electronic Cottage)'이라고 불렀다.

토플러의 예언이 실현된 건 금방이었다.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2차 석유파동으로 1980년대 기름값과 임대료가 폭등하자 미국 기업들이 선택한 게 원격근무다. 출근비용과 사무실 사용료를 확 줄여주니 여러모로 신세계였다. 그 후 컴퓨터 보급, 인터넷 혁명이 토플러 예상 그대로 노동의 근본형태를 바꿔놨다.

우리나라는 경직된 직장문화로 재택근무가 더디게 진행됐다. 기업 도입률이 고작 3%.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직원들 감염과 회사 셧다운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통신기반이 탄탄한 카카오와 네이버는 물론 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소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까지 속속 합류했다.

재택근무는 회사 고정비용 감소·직원들 워라밸 효과, 나아가 교통공해를 줄여 친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그 대신 일과 쉼의 모호한 경계·동료 간 단절된 생활은 생산성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해외에선 이로 인해 통근시대로 돌아간 기업도 나온다.
반면 공유사무실을 활용해 이를 적극 상쇄한 곳도 있다. 한국형 재택근무는 뜻밖에도 바이러스가 급히 불러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적절히 자리를 잡게 되면 그나마 다행일 것 같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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