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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총선 연기론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7:55

수정 2020.02.25 17:55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양회(兩會)라고 통칭한다. 전인대가 우리의 국회 격이라면 정협은 전인대의 정책 자문기구다. 전인대 대표는 3000명, 정협 대표는 2000명으로 중국 최고,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다.

코로나19에 대한 미온적 초동대처로 초유의 리더십 위기를 맞은 중국 지도부가 양회 개최를 전격 연기했다. 1966~1976년 문화혁명 시기 잠시 중단했다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2년간 이어진 '3월 양회 개최'의 전통을 깼다. 형식적으로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결정이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결단이 아니고선 가능하지 않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7월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라는 국제적 압력과 개최지 교체론으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설령 열린다 해도 감염을 두려워하는 스타 선수와 관광객이 오지 않는 흥행 저조 올림픽이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50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을 연기하자는 총선연기론 앞에 서 있다. 국민의 일상생활이 마비된 국난을 반영한 상황이다. 유권자 대면접촉이 기본인 선거운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겠느냐는 주장이다. 공직선거법 제196조 제1항에는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대선과 총선을 실시할 수 없을 때 대통령이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를 연기한 전례가 없다. 1952년 8월 제2대 대선은 6·25전쟁 난리통에, 2000년 4월 총선은 사상 최악의 강원도 산불 와중에 각각 치렀다. 2009년 신종플루에도 불구하고 10월 재·보선, 2014년 세월호 참사에도 6월 지방선거를 각각 강행했다. 반면 영국은 2001년 2월 구제역이 발생하자 5월 총선을 한달 연기했었다.

총선 연기는 예삿일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대통령 결정사항이라고는 하나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총선연기론을 일축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와 연기 시기 등에 따라 민감하고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연기 후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그럼에도 총선연기론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은 바이러스보다 정치무용론과 정치불신감이 더 큰 탓이 아닐까.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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