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94세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사의… 정계개편 예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4 18:17

수정 2020.02.24 18:17

연정 해체 후 여권 재편 통해
후계 구도 교체 전략 가능성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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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의 나이로 말레이시아를 이끌었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24일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는 마하티르가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간)에 말레이 왕실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압둘라 국왕이 이날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회동 후 사직서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마하티르가 후계 구도를 바꾸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임했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전격적인 정계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공약 깨고 새판 짜나

1991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를 통치한 마하티르는 2016년에 정계에 복귀했으며 2018년에 당시 야권연합이었던 희망연대(PH)의 총리 후보로 추대되어 선거운동을 이끌었다. 마하티르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안와르에게 총리 자리를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안와르는 야권이 실질적인 지도자이자 마하티르의 숙적이다.
그는 과거 마하티르 내각에서 유력한 총리 후계자였으나 1998년 부총리 자리에서 파면된 직후 6년간 동성애 및 부패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야권 지도자로 성장한 그는 2015년에 또다시 동성애 혐의로 수감됐다. 4개 야당이 모인 PH는 2017년 7월에 감옥에 있는 안와르 전 부총리를 사실상 지도자로 임명했다. 마하티르 취임 직후 안와르가 석방 되는 대로 정권 이양을 하겠다며 1~2년만 자리를 지키다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번 사임이 안와르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마하티르가 사임과 동시에 PH 연정을 해체, 여권을 다시 짜서 안와르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왕실은 마하티르의 사직서를 거부하고 마히티르가 의회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PH 관계자는 이미 왕실이 23일에 마하티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준비했고 '국가연합'이라는 가칭의 새로운 연정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마하티르가 직접 창당하고 이끌었던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은 PH 탈퇴를 선언했으며 동시에 안와르가 이끄는 인민정의당(PKR) 의원 11명도 PH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PH는 의회 내 안건 처리를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최소 의석을 상실했다.

■정계 개편 소용돌이 예고

안와르는 이미 마하티르의 배신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23일 발표에서 마하티르의 PPBM이 야당 세력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과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과 비공개 회동을 열고 새로운 연정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두 야당세력은 앞서 안와르 체제가 아닌 마하티르의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하티르가 PH를 버리고 새로운 집권 연정을 구성하려면 의회 222석 가운데 최소 112석을 확보해야 한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새 연정에 국민전선(BN) 의원 41명, PPBM 26명 등 123명의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6년 정계 복귀 당시 나집 라작 전 총리의 BN 타도를 기치로 일어섰던 그는 정권 유지를 위해 다시금 BN과 손을 잡게 됐다. 마타히르는 애초에 나집의 후견인으로 BN의 지지자였으나 나집의 비자금 스캔들 이후 1차로 정치색을 바꿨다가 이번에 안와르와 다툼으로 또다시 색깔을 바꾼 셈이다.
새 연정 출범 이후 차기 총리가 누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은 완 아지자 완 이스마일 말레이 부총리가 역대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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