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해결해야 할 때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4 16:36

수정 2020.02.24 16:36

[특별기고]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해결해야 할 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아파트 가격보다 훨씬 심각하게 올라버린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온실가스 배출권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것으로, 정부는 개별기업에 배출허용량을 제한하고 이보다 더 많이 배출했다면 그 권리를 시장에서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2018년 7월 환경부는 2기(2018~2020년) 배출권 거래를 위한 세부할당 계획을 수정 발표했다. 발표 당시에는 세간에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는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나 차지하는 발전부문에 엄청난 영향을 예고한 것이었다. 수정 전에 비해 배출허용량이 연평균 2200만t이나 더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이미 기간이 상당히 지나버려 수정이 어려운 2018년도분을 2019년과 2020년에 나눠 배출허용량을 줄여버렸다.
발전사업자에게 2019년은 그 전에 비해 훨씬 더 가혹한 부담이 주어진 것이다

이 여파는 바로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나타났다. 2019년 배출권 시장가격은 1월 2일 t당 2만3200원으로 시작해 2019년 12월 30일 3만8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무려 64%나 상승한 것이다. 강남구 아파트들의 평균 상승률이 작년 한 해 약 5%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이다. 더욱이 이런 추세는 현재까지도 지속돼 올 2월 현재 배출권가격은 t당 4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할당계획 발표 당시 업계에서는 발전부문의 연간 초과 배출량을 약 3000만t으로 예상했는데, 2019년도 배출권 평균가격을 3만원으로 어림잡아도 발전회사들이 배출권에 부담한 비용은 대략 9000억원이나 된다. 2018년에 한전이 발전회사들로부터 넘겨받은 배출권 부담비용이 약 500억원인데, 무려 18배나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 배출권 유상할당량이 증가할 것을 감안하면 전력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배출권 비용은 얼핏 발전회사들이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전기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발전회사는 전력구입비로 한전에,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으로 소비자에게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전기요금이 조정된 적이 없으므로, 이 비용은 단 한 번도 요금에 반영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그런 게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다면 2019년의 배출권비용이 그렇게 증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전이용률이 전년보다 4%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미세먼지 감축으로 석탄발전량도 상당히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그런 주장은 타당성을 잃는다. 2019년 배출권 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발전부문에 대한 배출허용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배출권 거래제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범지구적 재앙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탈원전 프레임에 갇혀 소모적 논쟁을 반복하는 것보다 우리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값을 치르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지를 모두가 인식하고, 그 값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전기요금에 배출권 거래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전기를 아껴 쓰게 되고, 그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취지는 바로 거기에 있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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